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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마음에서 피는 꽃] 이름도 모르는 작은 난꽃을 향한 나의 사랑

truehjh 2010. 3. 23. 13:28

이름도 모르는 작은 난꽃을 향한 나의 사랑

 

그냥 내버려 둔 작은 난분에서 꽃대가 하나 올라오더니 연한 연두빛의 꽃봉우리가 매달리고 있다. 일 년에 두 번씩 꽃을 피워주는 고마운 난이다. 그 난꽃은 오래도록 피어 있어 더욱 좋은 꽃이다. 거기다가 보너스로 꽃대 한대가 더 올라오게 되면 보는 이의 행복이 배가된다.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있는 것 같게 느껴지는 순간에 눈을 돌려 그 작은 화분에서 피고 있는 난꽃을 바라본다. 키 크고 우아한 다른 난들에 비해 눈에 띄지도 않는 크기다. 주먹보다 작은 몸체에서 어쩌면 그렇게 향기롭고 청초한 꽃을 피워내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이 작은 난이 심겨져 있는 화분도 눈에 뜨이게 화려한 것이 아니다. 예쁜 도자기나 멋스런 옹기도 아니다. 평범한 플라스틱 작은 통 속에서 그렇게 고고하게 향을 품어내고 있으니 너무 고맙고, 너무 기특하다. 알아주거나 말거나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그 생명의 고고함에 감탄하여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정말 아름다운 삶이며 생명 그 자체이다.

 

그 난이 있는 자리 전체에서 은은한 향이 묻어 나온다. 처음에는 어디에서 향기가 나고 있는 지를 잘 알 수 없다. 살며시 바람이 불어오면 그제서야 겨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듯한 수줍음을 안고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군가가 봐 주어야 존재를 알리는 연약한 존재감, 그러나 그의 존재가 전체를 향기롭게 하는 아름다운 존재감, 그러한 존재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은 온갖 화려한 것들로 치장하고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는 핵물질로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변종이 생기고, 지구온난화는 생태를 바꾸고, 각 개인 개인은 병마에 시달리며, 아이들은 무절제로 인해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가며, 정치인은 거짓을 기막히게 반복하고, 종교인은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 강물이 가는 길을 막아 수해가 커지고, 공기는 공해로 물들어 호흡을 방해하고 있으니, 답답해진 가슴으로는 사람을 포용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인간의 삶이 너무 고단하여 연약한 식물이 주는 위로가 무색해 질 때도 있지만 그것을 놓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보통의 식물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나쁜 환경이 주어졌다고 원망하며 반항하지 않는다. 동물은 자신을 사랑하는 주인에게는 보은한다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존재나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는 해를 끼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식물은 원수를 갚겠다거나 원망한다거나 분노를 품는다거나 해코지를 한다거나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최선을 다하여 살아보려고 가진 애를 쓴다. 모진 환경을 극복해 나가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뿌리를 굳게 내리면서 견고해진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알게 혹은 모르게 은은한 향을 주변으로 내 놓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