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Volutary Service

[장애여성학교] 제1기 장애여성학교 글쓰기반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truehjh 2010. 11. 7. 13:48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컨텐츠가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과 상관없이 아주 오랫동안 내 손에서 떠난 적이 없는 작업이 글쓰기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는 일기,

누군가와 지속해서 주고받은 편지들,

읽은 책, 본 영화, 다녀 온 전시회나 감상회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적어 놓은 노트,

짧은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 써놓은 몇 가지 수필들,

순간의 감상들을 놓쳐버리기 안타까워서 끄적거려 본 여러 장의 메모들 등...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그러한 글들의 독자가 되어 보면

글이 바로 내가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일들의 흔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 바로 기록하는 일 즉 글쓰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글쓰기가 유독 나에게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처럼 자신의 글을 쓰고 싶고,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라도 있으며,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삶의 흔적들을 추억하며 나와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매체로의 글쓰기...

문학적인 글쓰기라기보다는 스스로 진정한 독자가 되는 글을 기록하는 글쓰기...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이며,

자신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이며,

자신을 위로하고 칭찬해 줄 수 있는 작업이다.

그래서 기꺼이 장애여성학교 글쓰기반 강의를 맡았었다.

사람들마다 자신을 확인하며 즐기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자신의 글에 독자가 되는 것을 즐기고 싶어 하는 몇몇의 사람들도 있다.

그들과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이 나에겐 참으로 즐거운 순간들이었다.

함께 참여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