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장년시대(2005~2014)

e중년기마무리 - 위기

truehjh 2010. 11. 28. 15:43

허무한 위기


일생을 관통할 수 있는 소명감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위기감이다. 그리고 아직도 무엇인가 집중할만한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과 지금까지 살아온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허무한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나는 아직도 30년이 넘은 장롱, 책상, 책꽂이, 의자,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구들을 본 동생의 친구가 하는 말이 누님... 이젠 좀 누님을 위해 쓰십시오였다. 자꾸 그 말 한마디가 귀에 맴맴 돈다. 나는 나를 위해 살았는데 남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가 보다.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쓰던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것들로 바꿔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잡다한 물건들을 모두 끼고 사는 성격은 아니다. 단지 누군가에게서 받은 사랑과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습성 때문에 특히 기억하고 싶은 사연이 있는 것들은 선뜻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받은 소중한 마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작은 볼펜 하나, 엽서 한 장, 혹은 풀 한 포기마저도 버리기가 아쉽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행동 패턴이 현재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나간 시간에 주어졌던 의미를 버리지 못하는 습성으로 인해 과거 속에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제 과거를 선택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님을 알 것 같다. 새로운 것들의 아름다움, 편리함 등에 익숙해지면 과거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겠지. 과거가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현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겠지. 또한 나를 위해, 우리들이지만 특별하기로는 나를 중심으로 결정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방법이겠지.

 

나를 위해 쓰는 것! 잘 먹고 싶고, 비싼 것 사고 싶고, 좋은 물건 갖고 싶은 욕망이 없을 수는 없지만, 절제하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사치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니, 나에게도 그러한 욕망이 있었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이제 힘이 없고 능력이 없어지니까 우리가 아닌 나를 위해 선택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너무 늦은 나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