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장년시대(2008~2019)

e시니어진입기 - 변화에 적응하는가

truehjh 2013. 5. 26. 23:47

변화에 적응하는가

 

요즘에는 특히 기억력의 퇴행적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검색해 볼 것이 있어 인터넷 창을 열었는데 검색어를 입력하려는 순간 뭘 검색하려고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하고 싶었던 말이나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 전에도 점심 식탁을 차리면서 휴지를 가지러 방에 가서는 휴지 옆에 있는 핸드폰 한번 열어보고 그냥 식탁으로 나왔다. 휴지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던 생각이 났지만 다시 방으로 가는 일이 귀찮아서 의자에 앉아버렸다. 물론 이와 유사한 일들로 기억력의 한계를 절감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거기다가 귀차니즘까지 작용하니 퇴화의 속도가 배가되고 있다. 귀차니즘에 의해 게을리하고 있는 것이 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기검진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연말까지 미루다가 해를 넘기곤 했다. 회사에 제출할 필요가 있어서 얼마 전에 지정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나왔을 뿐이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써 인체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그것이 과했을 경우 혈관에 쌓여서 각종 병을 유발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총콜레스테롤은 LDLHDL을 모두 총칭하는 것이며 HDL은 어느 정도 높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LDL이다. LDL이 높으면 혈전이 생기고 혈관벽에 붙어서 문제를 일으킨다. 혈액 속에는 콜레스테롤 외에도 중성지방이라는 지방질이 있다. 피부 속에 축적되어 있는 지방은 거의 모두가 중성지방이다. 중성지방은 저축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하지 못할 때는 저장된 중성 지방질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러나 기준치보다 너무 높게 되면 LDL이 증가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니 신경을 써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물론 어리석은 생각이다. 뇌건 심장이건 내 맘대로 선택할 문제도 아니거니와 둘 다 가벼운 병증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나이에 그 정도의 수치는 아주 평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과체중도 아니고, 고혈압이나 당뇨도 아직 아니고, 육식 선호나 대식이나 폭식의 습관도 없는데, 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갔을까.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사람인데도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타고난 체질에 의해 몸에서 생성을 많이 하는 경우라고 한다. 콜레스테롤의 25%가 음식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고, 75%는 간에서 생성된다고 하니, 나의 경우는 유전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나의 노년기 진입을 알려주는 지표가 콜레스테롤 수치라고 해야 할까 보다. 사실 급격한 노화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심각하게 고통당하지 않고 살았다고 나 나름대로 자부한다. 감기나 몸살이 왔을 때라도 무조건 약에 의존한다기보다는 약사로서 가지고 있는 건강 상식과 지식을 활용하면서 크게 욕심내지 않고 살살 나를 돌보며 살아왔다. 건강은 내가 누린 복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는 성인병 걱정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적당한 대책을 마련하긴 해야겠다. 일단 식이요법과 운동은 아주 중요하다. 음식의 종류를 조정하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으로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강하제나 혈액순환 개선제 등을 복용하여야 한다. 그냥 방치하면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동맥경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콜레스테롤 수치뿐만 아니라 퇴행성 변화에 대처할 준비가 필요하다. 퇴행성 변화란 물질대사 장애로 인해 신체 조직이나 세포의 기능이 감퇴나 정지하는 변화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 몸의 언어에 익숙해지는 시간, 몸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시간 즉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약함에 대하여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여기자. 아직은 노화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몹시도 힘겹지만,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늙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