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터키 2013

[2013 보행장애인의 터키여행] 지하도시 데린구유와 암벽속의 공연장

truehjh 2013. 9. 10. 21:56

2013.08.02

 

말로만 듣던 데린구유...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린다.

데린구유(깊은 우물)는 초기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아 숨어 살았던 곳으로 적의 공격을 피해 개미집과 같이 만들어 놓은 지하 대도시이다. 입구에 있는 문으로 몇 발자욱 들어가 계단을 내려서면 양쪽이 암벽이어서 벌써 지하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들락거리는 입구지만 그들에게는 지상과 소통할 수 있는 숨겨진 문이었겠지...

 

 

몇 개의 층계를 내려가 한명이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통로로 들어섰다.

좁은 통로들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어 일행을 놓치면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비상시에 통로를 막는 역할을 한다는 구멍뚫린 커다란 돌도 보인다. 조금 넓은 공간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면 또 다른 생활공간이 이어진다. 서로 엉켜있는 통로 주변으로 부엌, 거실, 침실 등 개인의 거주에 필요한 모든 공간은 물론이고, 우물, 환기용 굴뚝, 아기들 피신처, 학교, 교회, 회의실, 유치장, 가축수용시설, 그리고 공동묘지까지 있다고 한다. 2~3백년 이상 그곳에서 신앙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살아남아야했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아나톨리아지역에는 지하도시라도 부를 수 있는 곳이 40여개나 된단다. 유사시에는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지하의 미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지하 20층의 깊이로 파 들어간 이 지하도시에서 또 다른 지하도시로의 연결로가 9KM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를 상상해 보시라.


나는 젊었을 때 친구들을 붙들고 수락산에 오르내리던 실력(?)을 발휘하여 지하로 지하로 내려갔다.

허리를 구부리고, 보조기의 각도를 조절하면서 거의 앉은 자세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지만 더 이상 내려갈 수가 없어서 지하 5층의 깊이에 있는 쉼터에서 멈췄다. 작은 벤치에 앉아 지하 9층 예배당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이들이 삶을 이어가는 목표가 자신들의 신앙을 계대하는 것이었다는데 결국은 기독교가 공인되지 않았는가... 2~3백년의 시간을 지탱하는 힘... 지켜야할 것들을 지켜내는 신앙의 힘... 그 인내의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인도한 힘... 그 희망이 나에게도 있는가... 생각이 참 많아지는 데린구유...!!!

 

 

 

 

  

 

 


 

데린구유에서 다시 2시간을 달려 카파토키아의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식으로 저녁을 먹고 암벽을 뚫어 만든 공연장으로 출발... 숙소에서 버스로 잠시 이동하여 암벽 앞에서 내렸다. 입구에서 사진으로 도장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추울 수도 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며칠 전 현지에서 구입한 겉옷을 가지고 갔다. 라벨도 띠지 않은 가죽잠바를 걸치고 앉아 있었는데도 으슬으슬 냉기가 몸으로 스민다. 공연이 시작될 때 수니파 수도자의 춤을 잠깐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지만, 그 밖의 터키전통춤과 밸리댄스는 약간 조악한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보니 별들 사이로 북두칠성이 뚜렷이 보인다.

터키의 아름다운 밤하늘이다. 나는 반짝이는 별들을 향하여 속삭였다. 오늘은 많이 걷지않아서 참 좋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