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쉰세 번째 생일

truehjh 2013. 9. 28. 18:15

 

2008.05.19

 

이제는 삶이 조금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2월부터 시작한 누가복음 출간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무사히 첫 권을 마무리 지었다.

저자인 목사님도 긍정적인 태도로 접근해 주셔서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그러나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여전하다.

왜냐하면 처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며, 돈이 없는 상황에서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소리들에서 이 강해시리즈를 만들어 내는 명분이나 당위성은 충분히 있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되는 책일 수 없다는 사실이 힘겹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겨자씨 25주년 행사도 잘 마무리 지었다.

겨자씨보고서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모든 이들이 도와주어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한 것 같다.

마지막 한두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간의 쫒김이 좀 아쉬웠다.

다른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겨자씨 25년의 활동 보고를 정리하고 나니 지난 25년간의 삶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어 뿌듯했다.

겨자씨 친구들 모두에게도 이런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들의 삶에서 비록 남길 것이 없다고 할지라도

작은 책자에 남아 있는 발자취를 보고 조금은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나 자신도 이에 속하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하잘 것 없는 일이지만 난 겨자씨 25년을 잘 정리해 놓고 싶었다.

몇 가지 실수는 있었지만 나 스스로 그 실수들을 용납하고 나니까

만들어 놓은 책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나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실수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어서 마음은 조금 가볍다.

겨자씨 25주년에 매달린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난 이제 겨자씨에 집중하지 않겠다는 마무리인 셈이다.

어느 정도 나의 삶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라는 생각 중의 하나다.

장애인복지학과를 시도한 후 7년째가 된다.

겨자씨나 정우회는 그냥 친구들일 뿐이다. 그리고 그냥 계속 이어져갈 관계이다.

그러나 인권운동이어야 하는 영역에 속해 있는 관계들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확실한 것은 소리들을 통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영역을 넓혔던 일들을 정리하고 한두가지로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다.

지난 7년간의 의미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 원망과 분노의 근원이었던 ‘장애’라는 문제가 바로 하나님의 일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였음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7년간의 의미인 것이다.

장애인복지학과 장애인권운동과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 사이에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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