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Health Tech

당구 - 게임 또는 스포츠

truehjh 2019. 3. 30. 21:29


얼마전 수영장에서 나오다가 먼저 나온 같은 팀원들을 로비에서 만났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당구를 같이 배우자고 했다. 당구가 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앞서지만, 그리고 수영보다 더 적당한 운동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치매예방이라는 차원에서 우선 신청해 보란다. 오랜만에 분위기메이커라는 말도 들었다. 그런 이유로라도 나를 끼워 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말에 힘입어 못 이기는 척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등록을 했다.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이 들어 복잡하게 따질 것도 없었다. 결정하기가 쉽다는 것이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 것 같다.

 

사실 당구는 젊었을 때부터 해보고 싶은 취미생활이었다. 언젠가 지인이 당구장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여 시도도 해 보았지만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라 선뜻 다다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비디오테잎을 빌려주며 공부하라고 권유하던 친구도 있었지만 그것이 쉽게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참에 한번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아픈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첫 번째 당구수업을 위해 수영을 빠지고 당구장으로 갔다. 머리 속에 남아 있던 당구장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창밖의 풍경이 훤히 내다보이는 실내에 흡연부스는 따로 있고 잘 정리되어 있는 당구대가 줄 서 있었다. 설명을 듣고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당구의 기본자세를 취하기에는 모두가 무리 있는 장애인들이라서 제 각기 자신의 체력에 맞게 자세를 잡고 익히는 연습을 했다. 손이 불편한 사람을 브릿지를 그의 손 상황에 맞게, 다리를 구부릴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의 다리 상황에 맞게 힘을 분산시키며 무리 되지 않도록 자세를 잡았다. 나 역시 보조기를 구부릴 수 없는 상황이라 기본적인 자세를 취할 수 없어서 나에게 맞는 자세를 찾느라고 힘들었다. 왼 다리가 구부러지지 않으니까 왼쪽 팔에 무게를 실게 되어 힘들었다. 내가 생각하기도 뭔가 많이 불편하여 적당한 자세가 아닌 것 같았다. 결론은 나에게 맞는 자세를 취하고 힘을 적절하게 분산시킬 수 있는 자세를 찾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았다. 한번 만져보고 직접 보고 자세를 잡아 본 상태여서 강의를 듣는 것이 조금 수월했다. 그 전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이제 뭔가 조금 보인다. 당구는 머리를 엄청 써야 하는 운동인 것 같다. 강의를 들으면서 한 생각인데, 과연 이 나이에 이렇게 머리를 굴리며 배워야 하는가, 아니 머리 굴리는 것뿐만 아니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운동이라 시간을 많이 소비하면서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무리가 간다. 물론 운동이기 때문에 몸의 근육을 만들어 익숙하게 되기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모든 운동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뻐근했다. 특히 왼팔이 엄청 아팠다. 팔과 다리근육의 통증이 생겨 불편했다. 당구가 스포츠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당구할 때 사용하게 되는 근육을 만들고 키워야 한단다. 부딪히는 대로 가보자. 하게 되면 하고, 할 수 없으면 중간에 포기하면 된다. 가벼운 마음을 갖기로 하고 두 번째 시간을 맞아 당구장으로 갔다.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고 당점과 회전에 대해서 배웠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계속 서 있으니까 발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집에 갈 때 운전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았다. 이렇게 까지 하면서 당구를 배울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수영장에 가서 온탕에 입수하고픈 생각이 밀려온다. 근육을 풀어주고 싶다. 게임을 즐기는 성격이라면 계속해 보겠는데, 경쟁심이 불타오르지도 않고, 운동도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갈등된다.

 

휠체어댄스나 파크골프를 배우려고 했다가 포기한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 내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듯하다. 오랜 시간 서서 무릎을 혹사하면서 발바닥 통증을 감수하는 것보다 물속에 들어가서 걷는 것이 나에게 효율적인 운동인 것 같아서 당구를 포기했다. 지금까지 하던 수영장 물속운동이나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정리하고, 치매예방 겸 너무 지루한 일상을 자극하기 위해 뇌새김 언어학습기로 뇌를 깨우는 활동이나 꾸준하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