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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 제주도(3) 오래된 추억과 함께

truehjh 2021. 12. 27. 19:01

2021.12.04.(토)

 

어제 저녁에 3차 코로나 백신 접종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얼른 예약해 놓고 잠을 청했었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일정이 변경되었단다. 원래 도토리 부녀는 새벽에 일어나 성산 일출봉에 올라 해맞이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날이 흐릴 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포기했단다. 덕분에 여유있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퇴실 준비를 마쳤다.

 

일출 보기를 포기했던 도토리는 아쉬웠던지, 아빠를 설득해서 오전에 성산 일출봉에 오르기로 하고, 일찍 체크아웃한 후 다 같이 떠났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작은올케와 나는 카페에 들어가 있으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 슬슬 걸으면서 산책을 하다가, 성산봉으로 오르는 언덕 입구에 입장권 파는 곳으로 갔다. 마침 무료입장 코스가 따로 있어서 그길로 들어가 보았다.

 

짧은 코스지만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우도 전체의 모습이 멀리 보였고, 일출봉의 측면의 급격한 절벽과 해안을 아주 근접해서 볼 수 있었다. 하늘과 바다와 구름이 어우러지는 성산 주변의 경치는 아름다웠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며 쉽게 내려온 도토리 부녀를 만나,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로 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동백꽃 향이 머리를 띵하게 할 정도로 진하게 퍼져있었다. 나는 동백꽃이 그렇게 화려하게 피고 지는지 몰랐다. 잠시 동안 동백꽃과 그 향기에 취해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일송회수산에 가서 모듬회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서귀포 올레 여행자센터로 향해 갔다. 올레길 완주증을 받기 위해서다. 동생의 완주를 축하해 주러 온 오빠네를 만나 차도 마시며, 남동생의 올레길 완주 인정증을 받는 장면을 축하하는 박수를 보냈다. 올레길 생긴 이후 9,700여 번째 증서를 받는 사람이란다. 오빠네는 5,000여 번째의 증서를 받았다고 한다.

 

다음은 중문단지다. 중문의 색달 해수욕장이 보이는 해변으로 갔다. 몇 년 전에 보았던 환상적 광경은 다 사라져 버리고 온통 상업지역으로 둔갑해 있었다. 차라리 환타지 같은 추억으로 남겨둘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오빠 팔을 잡고 의지해 걸었다. 늙은(?) 내가 늙은(?) 오빠 팔에 의지하며 걷다 보니, 5~60년쯤 전 어릴 때 오빠 등에 업혀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초딩 1년 남동생은 자기 가방과 내 가방을 들고, 중딩 오빠는 나를 등에 업고 버스정류장까지 갔다. 우리 나이로 여덟 살, 열 살, 열네 살 짜리 삼 남매의 동화같이 아름다운 등굣길 풍경이다.

 

돌아오는 길에 약천사에 들렸다가 겉모습만 구경하고 나왔다.

 

저녁 식사에 초대해준 오빠네는 인도식당 야뜨리로 우리를 안내했다. 밤이라서 자구리해변의 멋진 풍경은 어둠에 묻혀있었지만, 우리 형제들의 대화는 지나간 추억을 끄집어내며 화려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는 늦은 저녁에 호텔방에 들어왔다. 대충 씻고, 시험 공부하는 조카와 틈틈이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