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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 제주도(4) 문제해결 능력

truehjh 2021. 12. 28. 21:33

2021.12.05.(일) 

 

오전 7시 30분 예배를 드렸다. 잠에 취해 있다가도 예배드리는 시간에는 일어나는 도토리가 기특하다. 온몸으로 깨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안심을 했다. 그래도 예배를 드리겠다는 기본자세가 되어있는 것 같아서다. 예배자의 길을 가는 가족의 방향성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느지막하게 퇴실했다. 도토리는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쉴만한 카페를 찾아나섰다. 마침 올레길 도중에 위치한 깔끔한 카페를 만났다.

 

커피와 차와 케익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카페에서 나와 천백고지를 오르는데, 차멀리를 심하게 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는 이 고지를 제정신으로 오른 적이 없다. 구불구불 산골길은 멀미를 배가시켜서 더욱 혼란하게 만들었다.

 

시간 맟춰 내려오는 길에 오빠네를 태우고 귤 농장 체험을 하러 갔다. 큰올케가 잘 아는 사람의 농장이란다. 귤나무 한 구루에 그렇게 많은 귤이 달려있는지 처음 알았다. 귤 따는 가위로 귤 몇 개를 따보았다. 도토리모녀의 열심으로 금새 귤바구니가 넘친다. 

 

귤을 주문하고 농장에서 나와 오빠네랑 헤어졌다. 우리는 제주로 올라가다가 이중섭 거리 초입에 있는 김밥집에 들렸다. 오전의 차멀미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추운 날씨에 늦은 점심을 먹은 것이 탈이 났다. 공항 근처의 호텔로 이동하는 길에서 체증과 멀미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간신히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는데, 호텔이 폐업을 했단다. 아뿔싸,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나는 동생 가족의 문제해결 능력을 믿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속이 메슥거려 빨리 안정을 취하고 싶은 마음에 초조했다.

 

마침,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호텔위드제주가 예약 가능해 그곳을 찾아 들어갔다. 체크인하자마자 나는 방으로 들어가 그냥 누웠다. 동생 가족은 렌트한 차를 돌려주고, 저녁을 먹고 들어온단다.

 

잠시 후 구토가 심해서 일어나려니 천정과 바닥이 빙글빙글 돈다. 1년에 한두 번 생기는 고질병 증상이 일어났음을 예감했다. 이건 내가 아는 병이다. 이럴 때는 무조건 물 한 모금도 먹지 말아야 한다. 물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미음같은 상태의 음식을 섭취하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2~3일 지나야 한다. 그런데 내 집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타지 호텔방에서 어쩌지. 내일 새벽에 공항으로 가야 하는 일이 막막하다. 가방을 싸야 하는데, 아 모르겠다. 어지러우니 내일 생각하자. 보조기도 벗지 못한 채 누웠고,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