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영화 - 84번가의 연인

truehjh 2024. 7. 28. 19:48

84번가의 연인(84 Charing Cross Road)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오랜만에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를 만났다. 84 Charing Cross Road는 여류작가 헬렌 한프와 영국 런던의 한 고서점 직원 사이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1987년도 영화다. 앤 벤크로프트와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한 고전 동화 같은 이야기로 올드한 감성이 풍겨나와서 좋았다

 

내가 애정하는 단어인 서점과 오래된 책과 편지 들의 등장으로 친밀감이 더해졌다. 털털한 여자의 목소리와 정제된 남자의 목소리에서는 나레이션의 묘미가 느껴진다. 거기에 넘치지도, 벗어나지도, 비틀어지지도 않은 우정, 그 우정 말고는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운 인간관계가 그려졌다. 진심, 위트, 해박한 학식, 신뢰, 감사, 시대적 유머, 인간애, 나눔 등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컴퓨터 자판이 아닌 타자기에서 독수리타법으로 편지를 쓰는 모습, 계속 커피를 마셔대는 장면이 아니고 수시로 담배를 물고 연기로 빈 공간을 채우는 장면, 서점에서 책을 포장할 때 노끈으로 소포를 묶는 모습, 해외에서 왔다는 표시가 역력한 적청의 빗금무늬 편지봉투 등이 나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 대사 중에서 *

 

- 안 읽어 본 책은 안 사요. 옷을 입어보고야 사는 것처럼...

난 책 여백에 쓰인 글귀들을 좋아해요. 누군가 읽어봤던 책장을 넘긴다는 느낌이 좋거든요. 전주인이 썼던 글귀들은 내 시선을 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