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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마음에서 피는 꽃] 또 다른 행복을 주는 서양란의 화려함과 다양함

truehjh 2006. 4. 4. 16:28

또 다른 행복을 주는 서양란의 화려함과 다양함

 

물론 동양란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절제의 아름다움만이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동양란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은은한 행복과는 전혀 다른 감흥을 주는 서양란의 화려함과 다양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이야기 해 보려한다.

 

미국에 잠시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 기억난다. 오렌지카운티 근교에서 열리는 난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우연히 오키드전시회를 알리는 표지를 보고 친구와 나는 차를 길거리에 세워놓고 장소와 날짜, 쇼 스케줄을 확인해 놓았다가 찾아간 곳이었다. 햇살이 따거워지기 전에 도착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주차장에 이미 차들이 가득했다.

 

난이 전시되어 있는 건물의 1층 입구에는 난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자리 잡고 앉아서 그림 그리는 일에 심취해 있었다. 아마츄어에서 프로 화가들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그림도구와 재료를 가지고 난의 느낌을 화폭에 옮기도 있었고, 오고 가는 사람들 또한 다양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행복한 마음이 되었다.

 

그림을 뒤로 하며 쭉 걸어 들어가다 보니 난과 관련이 있는 상품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상품들이 1층과 5층에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었고, 2층부터는 전시장이었는데 굉장히 넓고 큰 건물의 세 개의 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난들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지구상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의 종 중에 7%를 난과식물이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종류의 난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색 가까운 색으로 시작해서 형용할 수 없는 형광색에 이르기까지, 아주 작은 꽃의 크기에서부터 너무나 커서 잎같이 느껴지는 꽃의 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난 꽃의 모양과 형태를 보고 놀랐고, 다양한 난 잎과 뿌리의 모양과 형태를 보고 놀랐고, 동양과 서양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난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 놀랐다.

 

우리는 전시장을 돌아보다가 배고픔이 느껴져서 샌드위치 가게 앞에서 줄을 섰다. 커다란 샌드위치 하나를 사서 둘이 나누어 먹고, 샐러드도 한 접시 사서 나누어 먹었다. 1인분의 양이 너무 많아서 혼자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또 다시 돌다가 힘들면 커피 한잔 사서 나누어 마시고, 달달한 것이 먹고 싶으면 아이스크림도 사서 나누어 먹으면서, 놀랍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종일 꽃구경을 하고 다녔다.

 

마침 그 행사는 20년째의 행사여서 준비가 아주 잘 된 전시회라고 느껴졌으며 행사도 다양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음악, 세미나, 비디오, 웍샾, 공모전 등을 통한 참여를 권장하고 있어서 다채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구경나온 사람들의 모습 또한 다양했다. 꽃의 모양과 색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이 수줍은 듯, 뽐내는 듯 저마다의 품위와 자태를 자랑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각기 닮은 얼굴은 하나도 없지만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이렇듯 가지각색의 난들과 수많은 인종과 남녀노소 모두 어우러진 다양함 속에서 나는 흥이 절로 났다. 남과 다르다고 주눅이 들어 있을 필요도 없고, 자신의 특별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되는 평등한 세상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다양한 무리 속에 있는 개개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서로 다를 것이다. 하루 종일 계속 같이 다녔던 내 친구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많은 무리들 속에서 둘이 같이 먹고, 보고, 웃고, 말하며 다녔지만 우리의 취향은 서로 달랐다. 내 친구는 서양란의 아름다운 색들에 취해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했고, 나는 동양란의 단순하고 청초한 모습에 취해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서로 다른 취향을 인정했고, 다름이 있어 아름다운 세상을 받아들이며 즐거워했다. 또한 모든 것들을 어우르는 그 분위기를 즐기면서 서로의 다름을 가지고 서열을 매기지 않았으며,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차이로 받아들이는 우정을 확인하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어느 하나에만 치우쳐 고집하지 않는 곳에 우리의 행복이 있고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내가 타인과 다르다고 불행하고, 타인이 나와 다르다고 불행하다면 그것은 차별을 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고, 내가 타인과 달라서 행복하고, 타인이 나와 달라서 행복하다면 그것은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행복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소박함, 화려함, 그 모든 것들의 다양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조화롭고 풍요로운 행복한 세상을 꿈꿔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