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스크랩] (대학정립단) Re: 찔리는 마음으로.....

truehjh 2006. 6. 5. 15:38
'공개된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이 자그마한 일일지라도 타인을 배려한 일종의 사회적 실천'이라는 글귀가 약간 마음에 찔려서 윗 글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적어 본다.

게시판 이야기의 글은 글쓰기에 대한 애정 어린 배려와
오프라인에 비해 게시판의 썰렁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잔잔하게 드러나 있다.
그리고 게시판의 현 상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게시판 활성화를 위한 설득력 있는 의견을 보여준다. 또한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해 주어서 무지하게 고맙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주로 눈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글쓰기의 재촉에 대한 다음과 같은 변명을 해보고자 한다.

우리들 속에는 멋지고 흥미로운 글을 올려 독자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
의미 있는 글을 올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
글을 올리지 못해 미안해하고 있는 사람,
글을 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
관심이 있어 눈팅만 하고 지나가고 싶은 사람,
답 글 올리는 것을 즐거워하거나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 등 등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자신의 모습대로 포용되고 있다는 여유로움과 따뜻함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도록 그냥 재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게시판이 그냥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서로에게 거리낌없이 포용되고 용납되어진다는 부요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그런 대로 괜찮은 공간이 아닐까.

그리고
다른 한가지 이견이 있다.
물론 자성의 필요는 있다고 느끼지만... 글을 안 올리는 이유중의 하나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라는 비약에는 공감하기 싫다.
아주 부분적인 내용이었지만 '몸이 불편하다보니 너무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많다'라는 조심스런 자기분석적 일반화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장애를 가지고 살았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되었는가?
우리는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자기중심적이 아니고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오히려 인간 전체의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게로 단정지어 버리는 생태학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일반화의 오류이건 생태학적인 오류이건 이러한 오류들이 한 개인의 삶을 움켜쥐고 있음을 경험하면서 지독한 부자유를 느끼지 않았던가?
글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있거나, 드러내기 꺼려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고 해서
장애인이기 때문이라고 단정되어 진다면 그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하다라는 말..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할 것이라는 말..
장애인은 다 그래 !!!
그러한 통념들에 대하여 분노를 느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장애에 대한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거절당해 본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장애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 때문에 당한 거절감으로 통곡의 밤을 지새운 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 회색 빛의 뼈아픈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게시판에 글 안올린다는 이유로 그 우중충한 기억을 되살려야만 하는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하고 또는 저렇게 살아야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반항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러이러하고 또는 저러저러하다라는 사회적 통념에 반항한다.
우리는 모두 그냥 이러저러한 강점과 약점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나는 '장애인이라는 용어로 묶여져 있는 우리의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싶다.

출처 : 대학정립단
글쓴이 : 한정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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