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참좋은이웃

유사가족공동체의 친밀한 관계성

truehjh 2006. 6. 12. 19:44
   

노동절로 시작되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캘린더를 자세히 보니 입양의 날도 있다. 언제였던가... 입양을 꿈꾸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두 명 정도의 조금 자란 아이들을 입양해서 나의 가족을 만들고, 현명한 엄마로 살다가 죽어야지라는 야망을 품은 적이 있었더랬다. 아이와 함께 살 집, 경제력, 체력, 지적 능력, 사회적 지위, 거기다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얼마나 철이 없는 꿈이었는지를 알 것 같다.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 아주 건강하고 특별한 가족을 이루어 갈 수도 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혈연은 아니지만 어른과 아이가 이루어 가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탄생될 수도 있었을텐데...

 

어제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과 함께 승연 내외가 다녀갔다. 그녀와 나는 그녀의 사춘기 시절에 교회학교 선생과 학생 사이로 만나서 20여년 흐르는 세월을 공유하며 지내온 사이다. 서로가 외국에 살던 기간도 있고 또 한국에 와서도 멀리에 산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한 사이에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것 같다.

 

그 녀의 첫 딸 아이가 겨우 말을 시작할 무렵에 내가 받은 선물이 ‘약국할~미~’라는 호칭이었다. 그 당시 할머니라는 친밀한 관계성이 나에게 준 감동은 아주 컸다. 나이 많은 여인을 일컫는 말 ‘할머니’... 그 나이 많은 할머니가 되는 방법 외에는 할머니라는 친밀한 호칭으로 불리워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 존재감을 증명해 주는 호칭이었다. 엄마가 되지 못해서 할머니가 될 수 없다고 여기고 있던 나에게 혈연이 아닌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준 호칭이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에게 할머니가 되었다고 자랑하니까, 친구들은 그 나이에 할머니 소리 듣는 것은 좀 심하다고 놀려댔지만 나에게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호칭이었다.

 

그런데... 이제 곧 사춘기를 맞을 그 아이는 나에게 약국할미라고 부르지 않았다. 작은 아이마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할머니가 너무 젊어보였나 보다. 아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났나 보다.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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