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Health Tech

수영(2) - 수영과 휠체어

truehjh 2012. 1. 21. 19:20

 

수영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에 하나는 미끄러져 넘어질 것 같은 공포 때문이었다.

물론 두 다리로 땅을 짚고 설 수 있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미끄러운 바닥을 보조도구 없이 다리 하나로 걸어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휠체어이다. 휠체어바퀴가 물기 많은 바닥 위를 굴러 물 속까지 들어 갈 수 있으니 수영장에서의 미끄럼에 대한 공포는 접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해결된 대신 자의적인 행동에 제한이 생겼다.


탈의실로 들어가면 도우미분이 휠체어를 가져다준다. 그 휠체어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를 않아 허둥대고 있으면 누군가가 밀어 준다. 그때 휠체어를 밀어 주는 사람이 무지하게 고맙다.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하려는 지를 물어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물론 엉뚱한 방향으로 미는 것은 아니지만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가 아니고... 뒤에서 밀어 주는 사람이 결정하는 대로... 밀고 싶은 대로... 아니 자신의 생각대로... 도움이 될 것 같은 방향으로 민다.


밀어주는 것만도 고맙게 여겨야 하는 건지... ㅠ...ㅠ... 내가 직접 휠체어를 사용해 보니 휠체어의 도움을 받고 사는 사람들의 속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비단 도우미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이 전문가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이 장애인을 위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장애인 당사자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며, 전문가집단과 당사자집단의 의견이 다를 때에는 대립의 형태가 아닌 보완의 형태로 해결되어야 한다.

'따로&같이 > Health Te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구 - 여자 휠체어 농구  (0) 2012.02.19
수영(3) - 물놀이  (0) 2012.02.17
수영(1) - 숨쉬기  (0) 2012.01.08
나의 노년기 시작은...  (0) 2011.12.27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할 수 있는 나이...  (0) 201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