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쉰아홉 번째 생일

truehjh 2014. 3. 15. 23:28

2014.03.15

 

59번째의 생일에 받은 예쁜 후리지아 꽃다발...

 

 

 

내 작은 방에 가득한 후리지아 꽃향기를 맡으며 블러그에 일기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기노트에 쓴 생일일기를 이곳에 옮겨 적었는데, 오늘은 여기에 직접 일기를 쓰려니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종이 위의 쓰는 일기는 약간 비밀스러운 느낌으로 그리고 나만이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감정을 적을 수 있는데 비해 웹상의 일기는 금방 노출되는 형식이어서 익명의 독자를 의식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보다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가진 누군가와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있어서 그런 느낌 또한 나쁘지 않다.

 

예순이라는 나이에 맞이하는 생일은 뭔가 좀 특별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여느 하루와 다름없이 지나가고 있다. 삶에 대한 기대감과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은 연두빛 잎들은 어느새 갈색으로 바뀌어 평화, 안정, 감사라는 열매들을 드러내야만 하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막연한 허상에 잠기게 된다. 내일, 다음 달, 다음 해, 아니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머리를 쥐어짜내며 한숨짓고 있는 이 순간이 바보스럽게 여겨지다가도,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다시 겹치면 그런대로 지나갈 만도 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고 살 수도 있는데.. 왜... 구태여 고민을 끄집어내려 하는지... 내 행동양식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습관인 것 같기도 하다.

 

이왕 시작했으니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정리해 보자면 내년 생일에 관한 것이다.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할까를 계획하고 싶다. 우선 올 한 해 동안에는 버리는 연습과 더불어 버리는 훈련을 마쳐야겠다. 언젠가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 보고서들...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 버려야겠다. 사실 내 삶이 이미 간소해져서 내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물건들이 별로 없는데도 2년 동안 안 쓴 물건은 버려야 한다면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의 1/3이상은 버려야 할 것들이다. 보이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버리고 후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도 가려내서 버려야겠다. 실현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환갑 이후의 삶을 조금 더 단출하게 이어가고 싶어서다.

 

물론 버려야겠다는 다짐은 현재 내 삶의 상황에 대한 불평에서 기인된 생각들은 아니다. 내일을 기약하는 것은 단지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작은 손짓일 뿐이다. 난 지금 이렇게 평안히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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