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타이완(2023)

[2023 타이완] 출발

truehjh 2023. 12. 21. 21:57

 

4박 5일 집을 비웠다가 월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온수가 안 나오고, 베란다의 음식 재료들은 얼어버렸다. 영하의 날씨를 대비하지 못한 탓을 하면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하고, 반찬 만들어 놓고, 등등을 하다 보니 벌써 12월 21일 목요일. 시간은 참 잘도 간다. 정말 아무것도 한 것 없이 2023년도가 기울고 있는데, 한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여행기라도 올리며 즐거웠던 일들을 추억해 보아야지...

 

2023.12.14.

 

11시에 출발 예정이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시간을 조금 앞당겨 영태리에서 출발했다. 겨울비 치고는 너무 많은 비가 내린다. 이동할 때는 눈이 오는 것보다는 비가 오는 것이 조금 낫겠지만 겨울 느낌이 나지 않는. 그러나 지금 겨울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타박할 일이 아니다. 멀미가 시작되는 것이 문제다. 아~ 멀미!

 

드디어 인천 공항. 비 때문에 서두른 탓에 일찍 도착했다. 거기다가 아시아나 비즈니스 회원인 동생 덕에 편리한 좌석을 재배정 받고 출국 절차도 빠르게 마쳤다. 시간이 많이 남아 동생 부부는 공항 라운지에 들어가면서, 마일리지 사용해서 같이 들어가자고 하는데, 나는 아직 멀미가 가라앉지 않아 사양했다.

 

혼자 천천히 걸어 게이트 앞으로 갔다.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 할 일 없이 유리창 밖을 내다보았다. 비 오는 날 멜랑꼴리한 희뿌연 풍경이 여행의 기분을 오히려 낭만적으로 만든다. 언제나 그렇듯이 공항 분위기는 나에게 설렘을 준다. 한적한 시간 나만의 시간에 충족되어 있다. 좋다!

 

30도를 오르내린다는 타이완의 날씨 소식에 내복을 벗어 던지고 나와서인지, 공항 내부 공기가 썰렁하게 느껴진다.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아 차분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나는 동생부부가 올 때까지 핸드폰을 둘러보고, 새로 산 가방을 기념으로 찍고, 내 얼굴도 인증샷으로 남기고, 메모장에 메모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탑승 시간에 맞추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아시아나 항공이라도 비행기마다 좌석의 각도가 다 다르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등받이만으로는 각도가 조절되지 않아, 승무원에게 쿠숀을 부탁해 허리에 맞게 조정하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2시간 30분이라니까 견딜 수 있다.

 

10여 분 지체되어 이륙했고, 노년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기내식이 나왔다. 영화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먹었다. 사실 딱딱한 쌀밥은 그대로 남기고 고기소스와 야채를 거둬 먹었다고 하는 게 맞다.  

 

두 시간 반 비행하여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 짐을 찾아서 나가니 도토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공항에서 행운권 뽑는 이벤트에 신청을 해 놓았다는데 당첨된 사람이 없다. 우리는 모두 로또에 익숙하지 않다.

 

우선 입었던 패딩을 벗어서 캐리어 안에 넣었다. 행운권이 당첨되지 않아 열 받은 것은 아니다. 타이페이 날씨가 덥다고 해서 준비 차원으로 얇은 옷만 남겼다. 우리는 공항철도 MRT를 이용해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공항철도는 우리가 타이완에서 첫번째로 이용하게 된 교통수단이다. 여권을 제시하고, 가볍고 동그란 플라스틱 토큰을 구입해서 승차했다. 타이완에서 생활한지 3~4개월 밖에 안 된 도토리는 주저함 없이 우리를 인도한다. 내 눈에는 그녀가 참 신기하고 대단해 보인다. 젊은 시절 미국 생활을 시작할 때 주저주저하던 내 모습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용감하다.

 

 

처음에는 급행 공항철도로의 이동이 신선해서 창밖 구경을 하면서 여유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하지 않던 고속철 멀미가 시작되었다. 냉기 때문에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너무 힘들어 정신이 아득해졌다. 첫날부터 멀미기 이리 심하니 앞날이 걱정되기까지 했다. 일단 타이페이 메인 역까지는 정신없이 왔다. 다시 전철로 환승하여 숙소로 가야 한단다.

 

환승역에서 좀 많이 걸은 것이 다행이었다. 겨우 멀미를 달래고 다시 전철을 탄 후에 목표지점을 변경했다. 오늘은 타이페이 야경이 보이는 곳에서 작은올케 생일 축하 겸 첫 번째 저녁 식사를 하기로 예약해 놓았었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예약을 취소하고, 호텔 근처의 전철역에서 내렸다.

 

역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들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숙소 근처의 맛집을 찾아 나섰다. 1973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다는 식당으로 갔는데, 도토리모녀는 와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은 so so... 

거리는 언뜻언뜻 크리스마스 분위기...

 

식사를 마치고 도토리 식구는 마트와 근처 공원으로 가고 나는 혼자 숙소로 돌아왔다. 갑자기 많이 걸어서 다리에 쥐가 자꾸 난다. 마침 욕조가 있는 숙소라서 뜨거운 물을 틀어 다리를 한참 마사지했다. 그리고 도토리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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