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6.토(2) 귀갓길에서 만난 산불
청간정에서 나와 다시 바다를 끼고 올라가다가, 바로 서쪽으로 가기가 못내 아쉬워서 이름 모를 해변가에 주차를 하고 내렸다. 조카는 물 담그러 바다가로 뛰어내려가고, 동생은 저만치서 혼자 노는 딸의 사진을 찍는다. 나도 모래 한번 밟아보고 싶지만 참고 계단 위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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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귀가할 시간이다. 왔던 길로 다시 가면 교통체증이 없는 한, 두 시간 반이면 파주에 도착할 수 있단다.
우리는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넉넉한 마음으로 달려서,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전에 초당순두부 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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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해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여러 개의 긴 터널을 통과해 나갔다. 차 속은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느라고 웃음꽃이 피었다. 교통방송도 없이 한참을 갔다. 몇 번째 터널인지는 모르겠는데, 차가 점점 밀리더니 거의 정차 수준이 되었다.
겁이 났다.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을 여러 번 보고 들은 터였기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그 사이에 옆 차도로 빠져 달려 나가는 얌체족을 흉보며 초조한 마음으로 교통방송을 틀고, 핸드폰에서 울리는 안전 문자에 신경을 썼다.
한참 후에야 양양 고속도로 주변에 산불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름이 모자랄까 봐 시동을 끄고 기다렸다. 20여 분 그 자리에 꼼짝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앞 차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도 움직여 기린 6터널 끝으로 나왔다. 다음 터널로 이어지기 전 구간에서 모든 차를 회차시키는 표지판을 만났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차를 돌려 양양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한참 되돌려 가다가 만난 안내원들은 구룡포 쪽으로 차들을 유도하는데, 구룡포 길로 넘어가면 멀미가 심해질 것 같고, 주유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시내쪽으로 차를 다시 돌렸다. 우선 기름 넣을 곳을 찾아가서 주유를 한 후에, 그다음에 미시령 길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전에 수시로 오르내리던 미시령 길은 문 닫은 주유소와 음식점들의 간판들이 널부러져 있어서 폐허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도 옛 정이 남아있는 길을 빠져 나와 홍천 부근에서 외각으로 연결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저녁 대가 되어 속초로 갈 때 들렸던 수동휴게소로 들어갔다. 음식 코너는 기계화 되어 있어 사람이 없다. 기계가 차려주는 음식으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영태리로 돌아왔다. 처음에 세 시간 예상했던 것이 엇나가 그 두 배인 여섯 시간이나 걸린 귀갓길이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서 산불을 만나리라고는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코앞의 일도 예측하지 못하는 우리가 무사히 안전하게 돌아온 것만도 감사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화재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너무 안타까웠지만 또 너무 피곤해서 짐가방도 안 풀고 대충 씻은 후 취침! 그다음 날도 양양 부근에는 잔불이 남아있고 바람이 세게 불어 위험하다는 속보가 떴다. 올 봄은 산불이 너무 많이 발생해서 걱정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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