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Editing-Writing 46

[노트] 제3의 인생

편집자라는 지칭이 아직 내게 착 와서 달라붙는 말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라도 애정을 가지고 편집자라는 인생 공부를 한번 시작해 보려한다. 세상에 만만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던 터라 책편집자의 길이 무지하게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나이도 있고 하니 좀 빠른 속도로 공부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있다. 나는 약사로서 약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20년 이상 살아왔다. 도중에 신학자가 되기를 꿈꾸어 보기도 하고, 화가가 되어 보고 싶기도 했지만 다모작 인생이라고 고집하면서 장애인복지학을 공부하고는 장애운동판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편집자의 삶에 발을 내 디딘 것이다. 반백년 이상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언제나... 늘... 나는 목말랐다. 사랑, 돈, 명예, 권세라는 삶의 멋진 ..

[노트] 작은 책 한 권 <겨자씨 25년>

작은 책 한 권 : 겨자씨 25년 책을 한 권 만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만들었다는 의미는 책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반세기 동안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나와 우리 삶의 정리였기 때문이다. 거의 일년 전부터 어떻게 내용을 채우고 디자인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렇게 태어난 책은 마음에 들었지만... 눈에 띄는 실수 하나가 나를 괴롭힌다. 장애라는 상처 하나로 인해 내 존재의 소중함을 무시하고 살아온 지나간 내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제부터는 장애로 인해 겪었던 아픈 기억을 멀리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더 아끼고 사랑하련다. 실수가 보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겨자씨 25년’이라는 작은 책 처럼^^...

[노트] 삶은 순간의 결단

편집자 50대의 중반에서 되고 싶은 것이 생겼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활기가 생긴다. 좋은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는 거다. 과연 이 길이 나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열심히 살아봐야 알겠지만... 장애와 관련이 없는... 그냥 인간 한정희가 살아가면서 만나지는 것들 중에서 인도되어진 그냥의 소망... 오랜 시간 소리들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난 출판사의 일이 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늘 또 다른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나를 괴롭혔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인 신학, 약학, 사회복지학, 미학을 모두 어우르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어떤 예감으로 인해 행복하다...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 예감..

[노트] 나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 더 이상 질문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또 ‘나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대답은 하나다. ‘소수자 감성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만든다는 것은 글쓰기를 기본으로 한다면 지금까지 삶의 경험을 다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지고 있는 것들은 녹여서 글로 표현하게 된다면 무엇인가 새롭고 힘 있는 창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아니다... 나를 한정시키는 버릇부터 고쳐야 내가 만들어질 것 같다. 나를 한계 짖는 버릇, 그것은 계획 속에 갇힌 나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계획을 세우지 말고 지금에 충실해서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럴까? 그것인가? 정말 모르겠다... 그냥 지금 영어..

[노트] 왜 글쓰기인가?

왜 글쓰기인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나니 꽃샘추위가 유난하다.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리다가 햇볕이 들고, 구름이 몰려오며 비 내리고, 그리고 다시 바람... 나 또한 얼마간 규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뭔가 불안한 상태가 계속된다. 규칙적이고 목적성이 있어야만 행복한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만 과연 그럴까라는 의심과 함께 또 다른 불안이 고개를 내밀고 싹을 틔우려 한다. 하지만 닥치는 대로... 부딪히는 대로... 그냥 성실히 살면 되는 것. 한 가지로 수렴해 보려고 애태우지 말자. 그 하나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나를 몰아붙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의 삶 전체를 통해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자. 하지만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이었나를 누구에게라도 설명할 수 ..

[스크랩]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

성경인물 중에서 노아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이번에 나에게 강하게 전달된 메시지는 하나님께서 친히 방주에 대한 설계도를 내 놓으셨다는 전제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자 할 때, 그것이 우리의 소명이든... 하고자 하는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이든... 하나님께서 주시는 청사진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말이다. 하나님게서 설계하신 우리의 미래를 기쁘고 즐겁게, 감사하면서 수 많은 조각들을 맞추어 나간다면 언젠가는 하나님의 때에 방주와 같은 미래가 완성되어 있으리라는 바람을 가져 본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이 기초공사를 하는 일일 수도 있고... 나무를 베어오는 일일 수도 있고... 창문 틀이나 문짝 하나를 만드는 일일찌도 모르고, 갑판을 만드는 일일찌도 모르겠다. 초조해 하거나, 두려워 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