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우리나라(2) 155

2021-12 제주도(5) 험난한 귀가길

2021.12.06.(월) 새벽 5시에 일어나 짐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땀이 비같이 흘러내렸다. 이대로는 집에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공항으로 가다가 쓰러져서 응급실로 갈 바에는 차라리 호텔 방에 혼자 머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코로나 시국에 병원행이라니, 말도 안 된다. 나는 혼자 남아있기로 마음먹었다.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옆 침대에서 뒤치락거리고 있는 도토리에게, 나는 오늘 공항으로 가지 못하겠다고 말해주었다. 지금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다음 일은 정신이 들면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 한편에는 혼자 남게 되면 제주도에 사는 친구를 불러야겠다는 대책은..

2021-12 제주도(4) 문제해결 능력

2021.12.05.(일) 오전 7시 30분 예배를 드렸다. 잠에 취해 있다가도 예배드리는 시간에는 일어나는 도토리가 기특하다. 온몸으로 깨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안심을 했다. 그래도 예배를 드리겠다는 기본자세가 되어있는 것 같아서다. 예배자의 길을 가는 가족의 방향성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느지막하게 퇴실했다. 도토리는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쉴만한 카페를 찾아나섰다. 마침 올레길 도중에 위치한 깔끔한 카페를 만났다. 커피와 차와 케익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카페에서 나와 천백고지를 오르는데, 차멀리를 심하게 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는 이 고지를 제정신으로 오른 적이 없다. 구불구불 산골길은 멀미를 배가시켜서 더욱 혼란하게 만들..

2021-12 제주도(3) 오래된 추억과 함께

2021.12.04.(토) 어제 저녁에 3차 코로나 백신 접종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얼른 예약해 놓고 잠을 청했었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일정이 변경되었단다. 원래 도토리 부녀는 새벽에 일어나 성산 일출봉에 올라 해맞이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날이 흐릴 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포기했단다. 덕분에 여유있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퇴실 준비를 마쳤다. 일출 보기를 포기했던 도토리는 아쉬웠던지, 아빠를 설득해서 오전에 성산 일출봉에 오르기로 하고, 일찍 체크아웃한 후 다 같이 떠났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작은올케와 나는 카페에 들어가 있으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 슬슬 걸으면서 산책을 하다가, 성산봉으로 오르는 언덕 입구에 입장권 파는 곳으로 갔다. 마침 무료입장 코스가 따..

2021-12 제주도(2) 올레길 완주와 생일파티

2021.12.03.(금) 성산봉이 내다 보이는 방에서 아침은 역시 간단식으로 했다. 미리 준비해 간 삶은 달걀과 과일이다. 다이어트 중인 도톨이와 음식 코드를 맞출 수 있어 다행이다. 오빠네와 동생네도 조식을 마친 후, 올레길 마지막 코스를 떠날 준비를 하고 모두 로비에 모였다. 이미 올레길 코스를 완주한 오빠네는 두 번째 올레길 완주 카드를 마련해 가지고 왔단다. 10시도 되기 전에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해녀박물관주차장에 도착했다. 올레길 마지막 코스 시작점에서 기념으로 사진 찍고, 그곳에서 안내자를 만나 올레길을 걷는 가족의 영웅담을 펼치느라고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큰 올케는 올레길 마크를 백팩에 달아주면서, 같이 남아있겠다고 했지만 사양했다. 나 때문에 각자의 스케줄을 버리게 하는 피해를 주는 ..

2021-12 제주도(1) 동생 가족의 올레길 완주여행에 동참

2021.12.02.(목) 동생의 올레길 완주를 마무리하는 제주도 여행길에 이번에도 동반했다. 40일 만에 다시 제주로 떠나는 여행으로, 다 함께 휘날래를 장식하자고 권하는 동생의 말에 냉큼 따라나선 것이다. 동생 가족의 올레길 완주 계획 덕분에 나는 올해 들어서만도 네 번째로 제주여행을 하는 셈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5,000명이 넘는 이 시국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꺼림칙하지만, 일단 계획된 일이고 예약을 마친 상태니 다른 생각 거두고 즐겁게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다. 3월엔 동쪽에 주로, 8월엔 서쪽에 주로, 10월엔 북쪽에 주로 있었다. 이번에는 남쪽 해안과 횡단코스를 다녀볼까 한다. 전날에 차분하게 짐 정리를 해놓은 상태라서 마음이 분주하지는 않다. 이번에는 특별히 94F 마스크를 여러 장 챙겼다...

202110 제주도(4) 올레길 20코스와 귀가길

2021.10.24.(일) 어제 사다 놓은 삶은 달걀과 과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김녕해수욕장 주차장으로 갔다.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 신혼부부들 몇 쌍이 해변 바람을 피하며 포즈를 취한다. 알 수도 없는 젊은이들이지만 그들의 미래에 즐겁고 행복한 인생이 펼쳐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제와 비교하면 오늘 하늘은 우울한 빛을 띠고 있다. 도토리 부녀는 걸으면서 예배를 드릴 예정이란다. 그들을 보내고 우리는 한적한 곳으로 차를 옮긴 후 예배드릴 준비를 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에 변화된 신앙의 자세에 대하여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나의 Ritual을 지켜내고 싶은데 그것 또한 오만함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예배를 마치고 해안도로를 따라 월정리해수욕장으로 갔다. 카페거리에서 차를 잠시..

202110 제주도(3) 함덕해수욕장과 너븐숭이 4.3기념관

2021.10.23.(토) 호텔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은 후 부녀는 올레길 19코스로 떠나고 작은 올케와 나는 퇴실 준비를 하기 위해 호텔에 남았다. 호텔방에서 널널한 시간을 보내다가 심심하다는 작은올케 따라서 일찍 퇴실하고 나왔다. 일찍 떠난 부녀가 함덕해수욕장 주변의 스타벅스에 도착해서 커피를 주문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다가 조금 늦었다. 커피가 나오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단다. 갈 길이 바쁜 동생은 작은올케와 바톤터치를 하고 떠나고, 우리가 기다렸다가 주문한 커피를 받아서 나왔다. 함덕해수욕장 입구는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과 오고 가는 사람들로 아침이 한산하지 않았고, 날씨 탓인지 바다색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귤 두 봉지를 샀다. 물 마시고 싶을..

202110 제주도(2) - 제주관아와 시인의집

2021.10.22.(금) 호텔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마치고 올레길 18코스 출발지 근처인 제주목 관아로 갔다. 도토리 부녀를 올레길 시작점으로 보내고 우리는 관아로 들어갔다. 탐라국시대부터 주요 관아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고, 조선시대의 관아시설은 총 58동 206칸의 규모였다고 한다. 오르기 쉬운 오름이라고 하여 사라봉을 찾아갔으나 언감생심. 차를 돌리고 쉴만한 카페를 찾아 나서야 했다. 카페가 아니더라도 물멍할 곳은 꽤 많아 보였다. 네비의 안내를 받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이라는 카페로 갔다. 책들이 쌓여있고, 테이블 위에는 시집이 놓여 있다. 뜨거운 쌍화차를 마시며 창문을 앞에 두고 바다를 바라보는 동안 물고기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물오리도 나와서 반겨주었다. 바로 눈앞에서 팔뚝만 한 물고기가 ..

202110 제주도(1) - 출발

2021.10.21.(목) 올 들어 세 번째 제주여행은 10월 21일에 떠나서 25일에 돌아올 예정이다. 4박 5일의 일정이니 며칠 동안 집 비울 준비는 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전 날이 되어서야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화분에 물 주고, 하수구에 약 뿌리고,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는 미리 내다 놓았다. 파주는 최저 0도에 가까우면서 추운데, 제주는 최고 20도가 넘는다고 한다. 70년 가까이 살아도 여전히 날씨와 옷의 관계에 대하여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기온을 생각하면서 몇 가지 겉옷과 속옷을 챙기고, 세면도구들을 준비했다. 짐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볍게 집 떠나 보자는 생각이다. 요즘은 맛있는 음식을 누군가와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어느 정도 완수한다는 생각이 든다. ..

2021-08 제주도(8) 집으로

2021. 08. 30(월) 5시 30분 기상, 대충 씻고, 짐을 들고나와 택시를 탔다. 제주시의 아침 분위기는 침착하다. 4박 4일 같은 5박 6일의 제주여행 일정이 끝나간다.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절차를 마치고, 아침은 1인분 시켜서 도토리랑 반씩 나누어 먹었다. 게이트 앞에 앉아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여행을 마친 얼굴을 증명사진 찍듯 셀카로 핸드폰에 남겼다. 이번 여행은 비행기 시간이 연기되거나 게이트가 바뀌는 일이 없이 진행되었다. 다시 동생찬스로 넓은 앞 좌석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사이 김포에 도착했다. 좌석에서 일어나 걸으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다가 걸어 나왔다. 걸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두렵다. 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자꾸 말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