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 2017 18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바티칸(1) - 시스티나성당

2017.01.14. 토(1). 드디어 바티칸 방문이다. 상상 속에서 가장 궁금했던 나라 바티칸... 바티칸은 도시형 국가로 입법, 사법, 행정, 경제, 외교, 군사 등에서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며, 경복궁보다 조금 더 큰 영토에 약 900명의 시민이 있다고 한다. 오전 9시 전에 가면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고 하는데 우리는 10시 반에 입장을 예약해 놓았단다. 9시까지 제노바 호텔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나가보니 어제 문제를 일으켰던 버스가 아니고 새로운 버스가 와서 대기하고 있다. 버스에 오르는 대장정이 시작되었고, 단원들의 인내심은 대단했다. 하긴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별로 없으니까 리프트가 무사하기만을 바랄뿐이다. 그리고 버스는 출발하여 천사의 성과 떼베레강을 지나갔다. 우리가 내..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로마시내(3) - 진실의 입과 성마조레성당의 야경

2017.01.13. 금(3). 전수동 휠체어를 타고 빗줄기 거센 로마의 시내를 달린다는 것...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인데 실제로 그랬다. 내 인생에서 유일무이한 하루가 아닐까. 나는 이런 해방감과 속도감으로 인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수분을 품은 촉촉한 공기 속에서 역사의 발자취를 드러내고 있는 옛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그 현장이 오히려 따스한 햇살 가득한 날의 로마보다 훨씬 더 생동감 있고, 역사의 시간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진실의 입을 확인하러 빗속을 뚫고 달려가 산타마리아인코스메딘성당의 아래층 한쪽 벽면에 있는 진실의 입 입구에 모였다. 영화 을 연상시키는 한 장면을 연출하려는 듯 손을 넣고 기념사진을 찍을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로마시내(2) - 포로 로마노와 비토리오에마누엘레2세 기념관

2017.01.13. 금(2). 콜로세오를 빠져나와 포로 로마노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서 우산을 꺼내 들었다. 비가 또 다시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오전 내내 몹시 차갑고 습기찬 바람이 불어 무척 추웠다. 으슬으슬 몸이 떨리면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크... 여행 와서 아프면 큰일이다. 여기서부터 베네치아광장까지 휠체어를 타고 달려 가야한다는데 긴장감을 놓치지 말자고 혼자말을 하며 다녔다. 팔라티노 언덕과 연결되어 있는 포로(포럼) 로마노는 고대 로마 시대의 민주정치와 상업, 법률의 중심지로 상거래와 회의를 하던 공간이다. 얼핏 보면 폐허와 같은 모습이지만 지금까지도 발굴 작업과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서 예전의 번성했던 로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오래전 인간들이 살아 숨 쉬던 현..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로마시내(1) - 콜로세오와 콘스탄티누스개선문

2017.01.13. 금(1). 오늘은 로마시티투어로 일정이 잡힌 첫날이다. 호텔 조식을 끝내고 9시까지 집합장소로 나가는데 찬바람이 심상치 않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고,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 하여 으스스하다. 날씨가 이러면 제일 먼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휠체어의 배터리가 젖지 않도록 하는 것이란다. 이미 해님이 자상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배터리와 스틱이 젖지 않도록 비닐커버를 씌우고 얼른 출발했다. 제노바호텔 앞에 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거리에서 리프트를 통해 훨체어로 오르고 내려야 한다. 그 과정과 시간이 장난이 아니고, 층계를 통해 올라가는 단원들의 휠체어를 차의 트렁크 안으로 따로 옮겨야 하는 수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장님과 지휘자님의 가족..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인천공항 출발과 로마공항 도착

여행에서 돌아온 후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입이 깔깔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어서 먹고 싶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시차 문제가 이렇게 심하게 작용한 적은 처음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로마, 바티칸, 쏘렌토, 피렌체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비몽사몽간에도 문득 문득 감사하여 가슴이 벅차올랐다. 특히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과 그들이 살아 숨 쉬던 곳을 직접 찾아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감이 생겨 기뻤다. 평화와 해님과 함께 먼거리 여행을 해보고 싶어서 결정한 여행이었는데, 휠체어합창단원들과 함께 해서 더 의미가 있었다. 물론 생소하고 모험적인 경험이었지만 여행지가 주는 경이감으로 인해 모두가 잘..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어느새 D-2...

2017.01.10. D-2 감기로, 나라 걱정으로, 연말연시 계획과 점검으로,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고 정처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D-2... 이제 이틀 후에는 로마로 떠나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뭔가 개인 준비가 부족한 상태인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난 토요일에는 이음센터에서 로마팀 최종 연습이 있었다. 최근에 로마 공연에 참가하는 단원들과 식구들이 꽤 늘었나보다. 그 많은 휠체어가 로마 공항과 시내를 누비고 다닐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면서도 궁금함과 동시에 염려가 생긴다. 특히 내가 전동 휠체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휠체어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문제에 적절히 잘 적응해 낼 수 있을는 지에 대한 걱정도 있다. 사실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우리 ..

[2017 흴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D-50 로마로 가려면 전수동휠체어가 필요하다...

2016.11.23. D-50 휠체어합창단의 일원이 되어 로마로 해외공연 가는 날이 50일 남았다. 지금부터 서서히 여행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느껴지는 어려움은 비슷하다. 여행할 때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여러 가지 고민들, 해결해야하는 문제들 때문에 여행지에 대한 설렘은 반감되곤 한다. 부수적으로 따르는 잡다한 것들의 해결이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늘상 뒤따르던 문제들 위에 하나가 더 얹혔다. 전수동휠체어를 빌리고 관리하는 문제다. 그리고 빌리는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운반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장콜(장애인 콜택시)이라는 교통수단을 사용할 등급이 아니므로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해야 하는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해님은 선..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D-70 휠체어합창단의 로마공연 소식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어지러워지고 있다. 대통령이 권력을 부여한 주체를 잊고 자격 없는 개인과 함께 권력을 사유화한 초유의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우리가 가진 사고와 언어의 능력을 앗아가고 있다.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는 이 상황에서 로마로 여행할 마음의 준비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미 계획되어 있던 일이니까 여행지에 대한 공부도 시작해야겠고 준비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겠기에... ㅠ... ㅠ... 2016.11.03 우리 나이에는 절친들과 함께 여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스라한 로망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여러번 계획하고 시도해 보았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실제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여럿이서 함께 여행다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