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 345

영화 - 84번가의 연인

84번가의 연인(84 Charing Cross Road)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오랜만에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를 만났다. 84 Charing Cross Road는 여류작가 헬렌 한프와 영국 런던의 한 고서점 직원 사이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1987년도 영화다. 앤 벤크로프트와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한 고전 동화 같은 이야기로 올드한 감성이 풍겨나와서 좋았다.  내가 애정하는 단어인 서점과 오래된 책과 편지 들의 등장으로 친밀감이 더해졌다. 털털한 여자의 목소리와 정제된 남자의 목소리에서는 나레이션의 묘미가 느껴진다. 거기에 넘치지도, 벗어나지도, 비틀어지지도 않은 우정, 그 우정 말고는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운 인간관계가 그려졌다. 진심, 위트, 해박한 학..

공연 - 포스메가남성합창단 제30회 정기연주회

2024.07.17.(수) 대광고등학교 OB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장마철 빗속을 뚫고 서울로 갔다. 올림픽 도로는 언제나 트래픽, 하지만 네비의 안내로 방배동 사잇길을 요리조리 통과하여, 6시쯤 예술의전당 음악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 시킨 후에, 우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한정식 식당 ‘담’을 찾아갔다. 여유 있게 저녁을 먹고, 또 여유 있게 예술의 전당 분위기를 즐겼다. 다행히 비가 멈추고 습기찬 바람이 솔솔 분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적함이다.  불이 켜진 후, 콘써트 홀에 입장하여, 자리를 잡고, 가족과 친지들과 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남성중창단이나 남성합창단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나는, 포스메가남성합창단의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충분히 즐겼다. 특히 오빠가 무대 ..

도서 -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 류슈즈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 류슈즈 페북에 책 광고로 올라온 을 미리 보기에서 몇 페이지 읽어보았다. 대만 작가의 글인데 우리말 번역이 너무 유연해서 얼른 구입했다. 책은 설명절 연휴 전날에 도착했는데, 포장을 벗긴 후 두 시간도 안 걸려 다 읽어버렸다. 연휴 동안에 천천히 읽으려던 애초의 계획이 빗나가고 말았다. 우리말 글처럼 번역이 자연스러워서 글이 술술 읽혔다. 대부분의 글 소재가 우리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212쪽으로 책값에 비해 너무 얇다는 것이 약간의 불만이지만, 글씨가 크고, 행간도 넓어 읽는 데 부담은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초판 발행일이 2024년 1월 31일이다. 그렇다면 책이 나온 지 8일 만에 내가 읽었다는 이야기다. 우리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들..

도서 -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정지아 장편소설 를 읽으며 묘하게 빠져들었다. 읽는 내내 나의 아버지가 그녀의 아버지와 겹쳐져서 등장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나의 맘에 콕 와서 박혔다는 말이다. 는 한국전쟁 전후에 활동한 빨치산의 딸이 화자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버지가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아버지의 장례를 치루는 동안 조문객을 통해 전해 듣는 아버지 생시의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으로 서술하고,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도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로 마무리했다. 사투리가 맛깔나게 표현된 대화와 그 정서가 생소하면서도 정겨웠다.

도서 - 디케의 눈물 / 조국

디케의 눈물 / 조국 지음 - 대한 검국에 맞선 조국의 호소 - 내 동생은 시사성 짙은 책을 잘 읽는다. 덕분에 나도 빌려 읽곤 하는데 역시 그런 책이다. 잘나가는 정치인으로 공격받아 멸문지화에 이른 한 인간의 진심 어린 호소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었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 책 속에서 ** 세상에서 빛나보이는 자리와 지위는 모두 내려놓았거나 박탈당했지만, 한 명의 인간, 한 명의 시민으로 살아갈 삶도 의미 있으리라 믿는다. 아니,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비록 수모와 시련의 연속이지만, 모두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감당하고 있다. 고토의 터널이 얼마나 길지, 그 끝에 어떤 길이 있을지 모르나, 흠결과 과오를 반성하며 ‘길 없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 p013 내 삶의..

고린도전후서 공부

2023년도 후반기 성경대학 : 고린도전후서 / 안도헌 목사님 교회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성경공부 가을학기가 종강되었다. 이번 학기에는 고린도전후서 강의였다.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를 읽을 때마다 바울은 엄청 까칠하고 냉철한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편견이 조금 깨졌다. 자신의 사도직에 대한 변호와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 엿보여 안타깝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 당시의 교회나 지금의 교회나 다를 바가 없다.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 언제나 필요하다. 스스로 낮아짐을 선택하시고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복음이 평면적으로 전파될 뿐만 아니라 각 사람에게 깊숙이 전파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경공부 내용을 정리해 본다. * 바울 서신의 특징 1) 목적성이 있다. -..

도서 - 체 게바라 자서전 / 체 게바라

체 게바라 자서전 / 체 게바라(1928.6.14.~1967.10.9.) - 20세기 가장 완전한 삶 - 에 이어 을 읽었다. 오래된 책장에서 꺼내어 버리려다가 멈췄던 책 두 권 중 나머지 한 권이다. 다시 정독했으니 이제는 버려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글쓰기가 구체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자신의 감수성으로 인해 삶에 대해 취하는 태도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독특한 감수성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 체 게바라 - “글쓰기에서 나를 이끄는 유일한 열정은 진실을 전하는 것입니다(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나를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강경한 옹호자로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나는 모든 것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 체 게바라 - ** 책 속에서 ** 체 게바라는 그 짧은..

도서 -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 체 게바라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 체 게바라 젊었을 때 읽었던 책들을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체 게바라라는 이름 앞에서 멈췄다. 체는 친구 또는 동지를 의미하고 체 게바라의 이름은 에르네스토 게바라다. 그는 혁명가로서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인물이다. 두 권의 책이 남아있었는데, 먼지를 털어내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책장을 먼저 열었다. 그의 글을 다시 들춰보니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구 반대편의 오래된(?)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로울 수가 있을까? 예전에 느꼈던 감흥은 온데간데없지만, 지금 다시 읽으니 남아메리카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되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질 정도로 재미있다. 혁명을 꿈꾼다기보다는 의학을 공부하는 20대 젊은이의 열정과 패기가 보였고, 그가 다니는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