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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할머니의 명절맞이

내일부터는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명절날이 다가오는 밤이면 늘 이렇게 싱숭생숭하다. 막연한 기다림과 외로움의 감정이 소리 없이 밀려왔다가 큰 숨 한 번 내뱉어야 빠져나간다. 명절을 즈음하여 이유 없이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여기며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운 거야’라는 주문을 걸어 나를 토닥인다. 그리고 ‘심심하고 무덤덤한 것이 인생이니 어쩌겠어. 그냥 그렇게 살면서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찾으면 되는 거지’라고 중얼거리면서 나를 위로한다. 그래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불투명한 뭔가가 남아있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낼모레면 칠십이 되는 나이인데도 이런 감정을 붙들고 있는 나 자신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명절을 맞아 형제들, 조카들, 조카손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행복감..

먹거리 - 시래기의 변신

동생 농부는 지난 가을 무를 수확하고, 남은 줄기를 자두나무 옆에 줄을 매고 가지런히 걸어두었다. 2~3개월 시간이 흐르고, 그동안 눈비 맞고 견뎌서 줄기가 뻣뻣해졌고, 만지면 잎이 부스러질 정도로 잘 마른 시래기가 되었다. 며칠 전에 시래기를 밭에서 거두어 가면서 나에게도 몇 줄기 가져다 주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찾아 시래기 삶는 방법과 저장 방법을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내 마음대로 적당히 손질해 보았다. - 우선, 잎이 부서지지 않게 찬물에 담가 24시간 동안 불려 놓는다. - 불려 놓은 시래기를 흐르는 물로 씻은 후, 시래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끓인다. - 센 불로 시작해서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40분 끓인 후 불을 끈다. - 뚜껑을 닫은 채로 30분간 뜸을 들인다. - 그대로 놔..

따로&같이/Food 2023.01.17

[행복주택] 행복주택 서류 제출

행복주택 서류 제출 2020년 7월에 영태리 주택 소유권을 다 정리한 후부터 마지막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것은 이 나이에 짐이 될 것 같아서, 임대분양이나 공공임대주택 혹은 실버센터를 염두에 두고, LH 청약센터 관심 지역 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교회와 동생집 주변의 임대주택관련 소식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일에 GTX 운정역 예정지 근처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접하게 되었다. 별 고민 없이 접수해보자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냥 이끌리는 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작은 오피스텔 소유가 문제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건축물대장상 오피스텔로 나와 있으면 주택소유자가 아니라는 정보를 믿기로 했다. 나는 고령자 공급대상 조건으로 하는 청약 신청서를 접수했다..

먹거리 - 잡채

어젯밤에 누웠는데, 오라는 잠은 안 오고, 아스라하게 밀려오는 그리움, 그속을 헤매다가 갑자기 잡채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추억이나 의미도 없는 그냥 단순한 먹거리일 뿐인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간절해지는 잡채 식욕... 야밤에 쿠팡앱을 열어 로켓프레쉬로 주문 성공. 평소의 내스탈(?) 절대 아니지만, 나이드니 이런 일도 가능! 아침 일찍 문앞으로 배달된 밀키트 받아서 점심 식탁에 잡채를 올리고 맛있게 얌얌... 이러는 내 모습이 너무 웃겨서 또 눈물이 나왔다.

따로&같이/Food 2022.12.27

늙음의 미학 / 정약용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하고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한 큰 것, 좋은 말만 보고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리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 불량 없게 하라함이고, 머리가 하얗게 되고 정신이 깜빡거리는 것은 나이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려는 조물주의 배려이고 살아온 세월을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니,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면서 가끔 힘들면 한숨 한 번 쉬고 하늘을 볼 것이라, 멈추면 보이는 것이 참 많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 중 '늙음의 미학'에 나오는 구절이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점점 쇠약해져 불편하고 고통이 따르기도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늙어간다는 것이 축복이 될 수도 있다.

히브리서 공부

2022년도 후반기 성경대학 : 히브리서 / 안도헌 목사님 1. 히브리서의 주제 : 예수 그리스도의 우월성 예수가 그리스도 되심 - 왜 예수 그리스도의 우월성에 대하여 논증하고 있을까? : 초기 기독교 세계에서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예수가 그리스도 되심에 대하여 의심하는 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유대인 출신의 기독교인들 중에서 율법과 전통을 강조하는 바리새적인 사고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히브리서는 그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유대인들이 강조하는 것들보다 뛰어나신 예수에 대하여 논증하면서 그의 그리스도 되심을 밝히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 예수가 승천하면서 재림을 약속했으나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예수님이 오시지 않음 -> 의심하기 시작 -> 유대인의 전통과 율법이 더 우월하다는 논리로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지음 책을 구입하면 표지에 얹혀있는 몇 안 되는 글자를 꼼꼼히 모두 읽는 것으로부터 독서를 시작한다. 띠지 위의 글를 읽고, 표지를 넘기면 바로 나오는 책날개의 모든 글자를 읽고, 그다음 공백으로 나오는 빈 책장을 넘기고, 다시 등장하는 제목과 속표지들도 의식을 행하듯 천천히 넘기는 것이 나의 습관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몇 장을 넘기며 읽고 있는데 프롤로그 두 번째 페이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성구 ‘풀밭을 적시는 소낙비’를 연상시키는 문구가 등장했다. 그냥 빠져들었다. -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p7 - 머리는 자기 것이지만 생각은 남의 것이니 문제지. p30 -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의 출발이지. p82 - 정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