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길 위에서 손에 잡혔던 것들의 형체가 부스러져 내리고, 내 것이라고 했던 것들의 경계가 무너져 버리니, 세상이 무미건조하고 무채색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내가 늙어가는 길 위에서 보는 풍경이다. 바깥세상뿐 아니라 내 안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해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지 않으니 머릿속에 차고 넘치던 생각들이 사라져간다. 두문불출로 인해 근육량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집 안에서 운동을 한다고 해도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는 양이다. 이렇게 노화를 절감한 것은 지난해가 피크였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현상도 아니고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나의 몸과 생각만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