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일본(1989)

[일본땅을 디디며(1989)] 오까야마

truehjh 2007. 2. 2. 19:36

1989.09.18. 오까야마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오까야마로 가는 신간선을 탔다. 오까야마는 대전만한 도시란다. 버스로 20분 거리의 아사히 가와소라는 복지시설에 도착했다. 철저한 준비로 맞이하는 그들은 우리 아버지 비슷한 연세의 분들인 것 같다. 중증장애자를 수용한 시설인데 나라에서 운영하는 정부기관이라서인지 매우 훌륭하다.

 

인쇄소에서 단순한 일감을 맡아 일하는 장애자들을 보았다. 벽돌공장에서 일하는 장애자도 있다. 장애자에게도 노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유아시설, 오락기구, 숙소 등을 돌아보았고, 노인시설에서는 평생을 누워있기만 하는 노인들도 만나보았다. 버스로 돌면서 견학한 이 모든 편리한 시설들이 부럽기도 하다.

 

막간을 이용해서 후락원이라는 정원(동산)에 갔다. 성주가 백성을 초대하는 장소란다. 일본에 3개의 똑같은 정원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란다. 한 시간 정도 정원을 돌면서 보조기 때문에 피부가 벗겨진 다리를 끌고 다니면서 무척 고생했다. 완전히 오기였다.

 

오까야마 역에서 짐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는 큰 교훈을 준다. ‘자기가 들 수 있는 것만큼만 가지고 온다.’ 이것이 교훈이며 앞으로 내가 여행을 다닐 때 지켜야할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들어야 되니까. 그러면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 되니까.

 

저녁식사는 성대하게 차려진 환영식이었다. 중년 이후로 보이는 노신사들의 배려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불편함이 없게 하려는 세심한 설명과 이들의 준비성은 따라가기 힘든 것이리라.

 

내 방은 욕실과 화장실이 있는 방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운이었는지, 누구의 배려였는지 하여튼 고마웠다. 그리고 기분도 좋았다. 활자를 뽑아 넣고 있는 느리고 힘겨운 손길을 보면서 외면하고 싶었던 인쇄소의 관경을 그리며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