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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태리집] 버리기(2) - 장애관련 서적과 자료들

2023년도에는 겨자씨 40주년을 계기로 장애라는 화두를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그러려면 장애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버려야 한다. 우선 논문을 쓰기 위해 모아둔 자료파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A4용지 보고서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뽑아서 이면지로 활용하려고 한무더기 쌓아놓았다. 살아있는 동안 다 사용할 수 있을까? 사회복지대학원 다닐 때 공부했던 책들도 내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버리려고 한다. 장애운동 현장에 있을 때까지 도움을 받은 책들이기도 하다.  책들과 자료들을 버린다고 장애에 대한 나의 상처와 경험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놓아줄 때도 되었다. 함께 간다고 해서 도움될 일은 하나도 없다.

도서 - 폭력의 세기 / 한나 아렌트

폭력의 세기 / 한나 아렌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수단이 내전 중이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이, 보수와 진보가 끊임없이 서로를 향하여 공격하며 폭력적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폭력의 되풀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읽고 있는 책이 다. 한나 아렌트는 권력을 폭력으로 대체하려는 유혹에 저항하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권력이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요즘은 특히 지배자조차 드러나지 않는 지배처럼 느껴져서 암담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책임을 지는 자가 아..

SNS로 전하는 소식

오빠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30일 차 순례일지를 보내고 있고, 조카는 워킹홀리데이로 떠난 타이완에서 간간이 소식을 올리고 있다. 모두 SNS상으로 전하는 소식이지만 정성과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다양한 이유로 집을 떠나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응원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웬만하면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마음을 주고받는 행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수수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 같아 삶이 부요해진다.

마장호수와 레드카페

어제는... 밥친구 하자고 찾아온 후배와 함께 점심을 먹고 드라이브겸 커피를 마시러 마장호수 곁 레드브릿지카페로 갔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에는 초가을의 신선함이 물 위에 어리고... 오늘은... 방콕하며 환절기의 익숙하지 않은 기온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흐름을 셈하고 있다. 실내온도가 32도로 가파르게 올라가던 여름이 지나고, 둥근달 가을 기운 따라 서서히 내려가 27도, 26도가 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24도를 가르킨다. 바로 엊그제... 긴팔 티셔츠를 입자니 조금 답답하고, 짧은 팔 티셔츠를 입자니 조금 소슬한 기운이 느껴져서 내 방의 온도 25도는 참 애매한 온도라고 투덜댔는데 드디어 24도, 이제는 헷갈릴 필요도 없이 솜이불과 긴 속옷으로 바꿔야겠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 이어령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 이어령 이번 추석 연휴는 아주 길었다. 시간이 너무 남아도는 것 같고,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하루 이틀은 TV 리모콘을 손에 잡고 바보상자 속을 이리저리 정처 없이 방황했다. 그것이 너무 지겨워져서, 다시 할 일을 찾다가 집어 든 책이 다. 지난해 연말에 구입했었는데, 1/4 정도 읽다가 다소 산만해지는 느낌이 들어 밀어놓았던 책이다. 저자의 깊고 다양한 지식을 내가 다 쫓아갈 수 없어서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정보와 서사 때문에 버거웠다. 그런데 계속해서 읽다 보니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제4부에 가서는 드디어 빠져들었다. 문학 속의 언어를 분석하는 이어령 선생의 글답게 성경 구절과 성경에 등장..

시니어 형제들과의 태국 여행

시니어 형제들과의 태국 여행 이번 여름에는 형제들과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4박 6일 일정의 멋진 여행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티스토리에 여행기도 올렸다. 여행기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진정으로 여행을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블로그에 다 올리지 못한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추억은 간직하는 사람에게만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위에 나타나는 갖가지 표정들을 보면 그 한순간의 즐거웠던 분위기가 되살아난다. 나이가 더 들어서 여행할 수 없게 되면 블로그에 남긴 여행기들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되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카메라의 발전으로 손쉽게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태국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20년 전에 친구 평화, 작은올케와 도토리 그리고 나,..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여행 후기 - 사진으로 남는 추억

다 썼다, 여행기!  이번 여행 후기는 비교적 빨리 끝났다. 몸은 많이 피곤한데, 이상하게 각성되어 있는 상태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리라. 카페인을 다량 섭취했을 때의 느낌처럼 초조한 마음에서 여행기를 서둘러 마치게 되었다.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말이다. 하여간에 마치고 나니 후련하기는 하다.  이런저런 사진을 올리면서 든 생각이다.‘추억은 간직하는 사람에게만 소중하다.’더 늙어 움직이기 어려워지게 되면 이 사진들을 보며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겠지.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락김치에서 공항으로, 집으로

2023.08.18.금(2) 락김치에서 공항으로, 집으로 아울렛에서 나와 락김치로 갔다. 선교사님 가족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락김치는 김치사랑이라는 뜻이란다. 이곳에서 막내네가 풍요로운 식탁을 베풀었다. 먹은 음식의 종류가 더 많은데, 사진으로 다 남기지 못했다. 나는 맛을 보면서 한입 씩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후식으로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선교사님이 베푼 선물까지 받고 방콕공항으로 출발했다. 방콕 스완나품 공항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들고 있던 소소한 짐들을 모아 포장하는 곳에 돈을 맡기니 든든하게 포장해 주었다.  그리고 다른 캐리어들과 함께 보냈다. 막내네는 함께 돌아오지 않고 누님댁에서 2일 더 머물다가 오기로 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헤어졌다. 스완나품 공항은 굉장..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수상 시장과 아울렛

2023.08.18.금(1) 수상 시장과 아울렛 아침 눈을 떠서, 여행 마지막 날 호텔 풍경을 남겨보았다. 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도토리를 헬스장으로 보내고 나는 나머지 짐 정리를 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오늘은 프라이빗 식당이 아니고 아래층에 있는 큰 식당을 이용했다. 다른 형제들은 이미 식사가 끝났다. 짐을 들고 8층 리셉션에 모였다. 체크아웃하는 동안 다시 사진을 찍었다. 호텔방이나 리셉션의 유리창 아래로 펼쳐진 풍경은 비슷한데,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을 더 남기고 싶어서 찰칵!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래층 라운지에서 다시 사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버스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갔다. 버스는 수상 시장을 향해 출발했다. 얼마 후에 도착한 곳은 자그마한 수상 시장이다. 인공호수를..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태국 식당과 쇼핑몰

2023.08.17.목(2) 태국식당과 쇼핑몰 농눗 빌리지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길거리에 있는 태국 전통 음식점이다. 에어컨이냐 맛이냐의 선택에서 맛을 선택한 것이다. 의자에 앉자마자 음식을 주문했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두짓타니 파타야 호텔 근처에 있는 터미널21 쇼핑몰로 갔다. 터미날 21은 파타야 랜드마크로 각국 공항입구모양으로 꾸며져 있다는데, 우리는 파리지역으로 들어갔다. 쇼핑몰 속에 있는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우리에게 톡톡 튀는 유머 코드는 없을지라도 지루할 때마다 솔직담백한 대화를 이어가며, 그 속에서 평화를 느끼는 시간이 이어졌다. 대화 중에서라도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일정이라고 크게 내색하는 사람이 없다.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누군가를 판단..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농눗빌리지

2023.08.17.목(1) 농룻빌리지 6시 전에 잠이 깨서 뒤척이다가 일어났다. 도토리가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해서 준비하고 같이 나섰다. 수영장은 7시부터 오픈한단다. 가는 길에 또 사진 한방. 이번에는 둘이서... 아침 수영장 풍경은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수영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유롭지 못했던 내 젊은 날의 모습을 소환해 보았다. 꺾인 꿈을 부여잡고 어쩔줄 몰라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슬픔 속에서 헤메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주 단순하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듯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내 모습이 감사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시간을 즐긴다는 것, 공간을 즐긴다는 것, 삶을 즐긴다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단 하나의 조건은 사람이다..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파타야로

2023.08.16.수(2) 파타야로 아유타야 유적지를 떠나, 파타야로 향하는 길 초입에서 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은 씨푸드였다. 싱싱한 새우를 골라서 요리를 부탁하고, 다양한 태국 음식으로 메뉴를 정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 바로 파타야로 향했는대, 200km 넘는 길이를 달리는 버스 속에서 여지없이 또 멀미를 했다. 두짓타니 파타야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정신이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힘들다는 말이 하기 싫어 숨기려했는데,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어서 누구나 다 알 지경이 되었다. 토하기 일보직전에 버스에서 내려, 체크인을 하기 위해 8층 리셉션으로 올라갔다. 거기서는 호텔에서 바로 연결된 파타야 비치가 원히 보였다. 그러나 멀미와 요통으로 그 풍경을 즐길 수 없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어지러워서 비몽사..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아유타야 유적지

2023.08.16.수(1) 아유타야 든든한 조식 후, 체크아웃하기 위해 짐을 다 정리해서 싸놓았다. 이번 여행은 아침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스케줄이어서 좋다. 물론 우리 방이 언제나 꼴찌지만 말이다. 오늘은 아유타야 역사 공원에 있는 유적지 세 곳을 들리고, 파타야로 갈 예정이다. 버스는 방콕을 떠나 아유타야로 향했다. 유적지로 가는 길에서 다시 찬송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찬송을 추천해서 함께 불렀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시간이었다. 아유타야는 방콕에서 100km 떨어진 곳으로, 1350년에 세워진 아유타야 왕조 시대의 수도이며 태국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도시다. 417년 동안 5개 왕조에서 온 33명의 왕의 고향이었던 이 도시는 상업과 쌀 생산의 번영으로 인도, 중국, 중동 사이의 ..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로얄 오키드 쉐라톤 호텔 건너편 도심

2023.08.15.화(3) 로얄 오키드 쉐라톤 호텔 건너편 깐짜나부리에서 3시간 걸려 방콕의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했다. 바로 강 건너편 화려한 도심 속으로 들어갈 예정이어서, 백팩을 가볍게 하고 호텔과 연결되어 있는 선착장으로 갔다.  쉐라톤 호텔에서 운영하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그곳은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모여드는 활기찬 거리였다. 습기와 열기로 가득 찬 길에서, 활보하고 있는 무리를 헤치고 지나가, 높은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문을 경계로 하여 체감 온도가 완전히 달랐다. 유명하다는 샤브집으로 갔다. 배가 꺼지지 않은 상태라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간단하게 먹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뜨거운 국물이 있는 음식 앞에 앉으니 또 조금은 먹을만 하다. 식욕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