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 339

이석증이라기 보다는 기 부족

일주일 내내 어지럼증과 위무력증으로 엄청 고생하다가 오늘 아침에는 정신을 차리고 혈액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토요일 오전 진료는 9시부터라고 해서장조카의 도움을 받아 시간 맞추어 갔는데,일찍 온 사람들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몇 년만에 병원을 방문한 것인가.코로나 백신 맞으러 갔다온 이후 처음 병원행인 것 같다.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 하는 일인지.아니면 이런 것도 감사해야 할 조건인지는 잘 모르겠다. 검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우선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약을 처방받았다. 결국은 영양부족, 혈부족, 기부족이라는 의미인데방법은 잘 먹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잘 먹어야하는 지를 몰라서 못 먹는 것은 아니다.실제로 먹고 싶은 생각이 1도 없고,위가 뭉쳐있는 것 같아서 먹을..

외로운 식탁과 소화불량

외로운 식탁과 소화불량 며칠 전 아침이다.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실눈조차 뜰 수 없을 정도로 천장과 벽면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어지러웠다. 물 한 모금도 삼키기 어려운 어지럼증이 또 시작되었다. 머리맡 어딘가에 있는 핸드폰을 찾아들 기운도 없는 데다가, 머리를 움직이는 것 역시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도 마실 수가 없는데 부를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둘째 날엔, 어지러움이 조금씩 가셔서 꿀물과 소금물 몇 숟가락씩 떠 마셨다. 셋째 날에도, 꿀물과 소금물을 마시고, 영양 시럽을 마셨다. 넷째 날, 여행에서 돌아와 오후 늦게 출근한 동생에게 죽 한 그릇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동생은 ‘배달시켜 먹으면 되지.’라..

치실과 근소실

치실과 근소실 어금니 중 두 개는 금박을 한 상태다. 그중 한군데의 금박한 이와 그냥 이 사이에 음식 찌꺼기가 끼면 가끔 치실을 사용하곤 했지만, 크게 불편함 없이 살았다. 그런데 1~2년 전부터 치실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여러 군데의 치아 사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앞니는 위와 아래가 맞물리지 않는다. 윗니는 앞으로 돌출되어 있는데, 점점 더 앞으로 나오는 것 같다. 거기다가 아랫니 세 개는 서로 어긋나있는데, 치아 하나가 완전히 속으로 기울어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앞에서 거울로 보면 세 개의 앞니가 두 개처럼 보일 정도다. 안쪽으로 계속 기울고 있으니 혀가 불편하다. 가끔은 혀를 깨물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잇몸 근육이 소실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중환자실로 들어간 친구

친구가 중환자실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구에게 연락해야 궁금한 점을 상세하게 알 수 있을까. 자식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 나이든 형제들이 보호자이기에 연락하기가 어렵다. 아픈 본인에게 상황을 물어 볼 수가 없으니 그저 전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만 가슴 태우고 있을 뿐이다. 이럴 때... 나이든 친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이든 친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나이든 친구의 역할은 무엇일까.친구를 힘들게 한 질병의 원인을 다시 되돌려서 분석할 때가 아니므로, 친구를 위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돌아보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가호흡이 안 돼서 중환자실에 2주 가까이 누워있는 그녀를 생각하면서, 내 발바닥 아픈 것쯤이야 ..

[영태리집] 버리기(4) - 보험을 해지하면서도 부족함이 없는 삶이라고

보험도 해지하고, 풍족한 삶과 부족함이 없는 삶의 차이 어제밤,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속절없이 TV 리모콘을 찾아 여기저기 눌렀다. 봄 계절의 옷을 판매하는 홈쇼핑에 눈이 머물렀는데, '돈을 아껴써야 하는 시기'임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저 옷 하나도 못사랴'라는 괴팍한 심보가 올라와 마음과 정신이 혼돈스러워졌고, 급기야는 자켓과 티셔츠를 몇 개 구입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계속 잠이 오지 않았다. 쓸모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자괴감과 옷을 입고 나갈 기회조차 없다는 우울감과 노인이 입을만한 디자인이 아닌 것 같은 낭패감이 몰려와 눈은 더욱 말똥말똥해지고, 머리속은 점점 더 뜨끈뜨끈해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내내 명쾌하지 않은 상태로 시간만 아작내고 있다. 아직도..

족저근막염

걸어야 하는지... 걷지 말아야 하는지...  11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매일 무슨 할 일이나 있는 것처럼 제시간에 일어나곤 하는데, 오늘은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마음 내키는 대로 늦게 일어났다. 하고 싶은 대로 해서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기분이 나쁘다. 이건 또 무슨 까닭일까.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한 감정선이다. 최근에 나타난 여러 가지 증상을 살펴보면, 근감소를 줄이고 가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대책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이 순간에도 내 몸의 상태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깨를 좀 펴고 걸어볼까 했는데 맘대로 되지 않는다. 넘어질까 봐, 발바닥이 아파서, 근육이 땡겨서 등 등의 이유로 맘은 다시 움츠러든다.  발바닥이..

셀프 부양

지난주 초다.  점심에 밑반찬 만드느라고 오래 서 있었는데, 발목 부분이 땡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주춤했었다. 빨리 마치려고 서두르긴 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설거지까지 마칠 때쯤에는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할 수 없이 의자를 밀고 와서 한참 앉아 있다가 양 크러치를 짚고 움직였다. 그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고 생각했으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오면서 발을 짚으려니 삐끗한 상태처럼, 찌릿 전기가 온 것 같은 강렬한 통증이 스쳤다. 무서워서 더 이상 발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겨우 발가락에 힘을 주고 몇 걸음 움직여 보았다. 발가락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조금 남아 있는 듯했다. 그 근육으로 조금씩 이동해 보..

[토픽2수업] 도파민 분비

도파민 분비 지난주 주보에 한국어교사 봉사자 모집 광고가 올라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할 수 있는 봉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오전에 전화를 했다.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등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면대면 수업이고, 매 주일 오후에 진행되며, 장소는 교회에서 좀 멀고, 계단이 높은 2층이란다. 친절한 담당자에게서 함께 참여하자는 권유를 받았으나, 이동이 불편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직은 없는 것 같아서, 줌수업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연락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종료했다. 지난 1년간 미얀마 학생들과 줌으로 진행한 토픽시험 준비 수업은 만족감이 아주 높다. 특히 내가 작성한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는 쓰기 수업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도파민 분비가 왕성해..

[토픽2수업]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삶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삶 토픽2 수업 첫 번째 텀을 마무리하고, 다시 새로운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시험을 위해 연속해서 달려온 7개월이라는 시간이 벅찼지만 설렜다. 내가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행복했다. 그러나 단지 낭만적인 감정에만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미얀마 학생들에게서 듣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인해 가슴 벅차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학생들은 토픽시험을 보아야 하고, 나는 그 시험의 점수를 올리는 기술을 함께 알려주어야 했다. 이 수업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화를 익히는 수업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수업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고 할 때는 사랑..

[영태리집] 버리기(3) - 버릴 수 없어서 다시 펼쳐 든 책

11월의 하늘 아래서 다시 펼쳐 든 책 얼마 전에 장애와 인권운동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모두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또 한 번 주춤하게 되었다. 혁명가이지만, 나에게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체 게바라의 책들 때문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버리기로 마음먹은 후, 먼저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을 읽었다. 지금은 체 게바라 자서전>을 읽고 있는 중이다. 기억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내용의 글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내가 세상을 보았던 모니터는 성경과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모니터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한 장의 사진을 본다고 하더라도 모니터의 크기가 다른 화면으로 본다면 서로가 그 간극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듯이, 어떤 모니터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