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Oh, Happy Days! 148

몽골의료선교 여행

자유의지와 장애해방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성의 모순으로 괴로워하면서도, 다른 편에서는 여러 분야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다.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자주 했다. 장애인 치고는 여행을 참 많이 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꿈을 이루거나 소명을 찾는 행복과는 또 다른 행복이었다. 젊은 날의 방황을 마무리하고 늦었지만,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을 무렵, 내가 속해있는 교회의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의료선교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의료선교팀에서는 년초부터 몽골의료선교 이야기가 시작되더니, 이번 여름에 몽골로 의료선교를 떠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사업차 몽골을 몇 번 다녀온 아우의 다양한 정보접촉으로 ..

호적등본열람 단상

얼마 전에 사무실 근처의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등본 한통을 뗬다. 인감증명서나 주민등록초본 또는 주민등록등본 정도는 가끔 띠어보곤 했지만 호적등본까지 준비해야 하는 일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주 오래간만에 마주한 호적등본이라는 서류였다. 그런데 내가 받아본 호적등본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같이 살고 있지도 않은 오빠가 호주로 등장하고, 묶여져 있는 서류 세장 중에 맨 뒷장 그리고 맨 끝 부분에 내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오빠의 아이들이 있고 그 다음에 나의 이름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반백년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존재하지 못하고 어린 조카들 밑에 끼어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서글펐다. 내 인생은 그냥 남의 인생에 곁다리로 붙어 ..

행복이란...

예배를 드리고 나와서... 주차해 놓은 곳에 가보니, 내 차 뒤에 헤비타트마라톤대회 신청서 쓰는 테이블들이 놓여 있어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평소에도 운전에 자신이 없는 터라 조금 한산해 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마음을 정했다. 조금 후에 차 빼는 것을 도와주시겠다고 오신 집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빽미러를 보면서 멋지게 S 라인으로 빠져나와 교회 주차장을 벗어났다. ‘차 한대에 열명의 남자가 에스코트하고 있네... 하하하...’ 커다란 웃음을 머금은 소리가 차창너머로 들렸다.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상쾌하게 울려나온다.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땀 흘리면서도... 봉사하는 마음이 즐거운가 보다.  그냥... 받는 것 없이... 기대하는 것도 없이... 베푸는 마음... 아무것도 해 준 ..

하나님의 나라

누군가 ‘믿음은 인식이며 동시에 신뢰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다림이고 침묵이자 놀람이다’라고 했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나의 믿음은 타자를 인정하는 터전을 열어가는 것에 대한 믿음이다. 그것은 또한 나와 너인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평등한 사회 즉 하나님 안에서 우리 모두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곧 하나님 나라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므로 경쟁으로 이루어내는 모든 가치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이 공존하는 가치이며 나누는 것에 대한 가치임을 실천해야 한다. 경쟁력보다는 생존권에 기초한 평등한 사회가 하나님의 나라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 위에서도 가능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것이 내 삶의 과제라고 한다면 고아와 과부와 가난한 사람과 ..

연말을 맞아...

한 해를 정리하며 다시 시몬느 베이유를 읽고 있다.그녀의 순수한 영혼과 이웃을 향한 열정을 부러워하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 본다.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순간들이다. 지나고 보면 절절했던 감정들이 이렇게 냉담해 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뭔가와 사랑에 빠져야 될 것 같은 조바심이 인다. 계속 관찰자로서만 존재한다면 나 자신이 그냥 소모되고 말 것 같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몰두할 수 있는 뭔가를 만나고 싶다.

저는 누구입니까

저는 누구입니까 하나님 아버지!태어나서 반백 년이 지나도록 저는 아직 저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저는 누구입니까.저는 누구이어야 합니까.저는 무엇 하는 인간입니까.50년 넘게 애쓰면서 살아왔지만, 지금 아무런 존재도 아니지 않습니까.물론 하나님의 은총 아니고는 이 모습으로도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주님.지금 저의 존재감이 너무 미미해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제 소유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으로 인해 마음이 너무 가난합니다. 그리고 제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허무함으로 인해 소망이 없습니다.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고통없이 살게 해주심이 감사하지만,인생의 황홀함을 느낄 수 없었던 지난 시간들이 자꾸 짜꾸 아쉬워집니다. 주님.저를 위로해 주십시오.저를 위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