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걱정이나 해 주세요... 닷새 전부터 복용하기 시작한 치매약 때문인지 잠을 못 이루시는 엄마.. 지난 며칠 동안은 12시가 다 되면 내 방을 찾아와 침대 위에 비스듬히 앉으시고는 “야... 오빠네 집에 한 번 가자...”라고 하십니다. 벌써 네 번째 그러니까 나흘째 내 방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왜 큰 아들이 ..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11.26
병원에 다녀오신 엄마와의 대화... 정신과 검사결과를 확인하러 작은 아들 내외와 함께 병원에 다녀오신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의사가 뭐래?” “정신이 더 혼미해지고 있다지 뭐...” “그래서 엄마가 뭐라고 했어...” “아무 말도 안했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예의 갖추어서 의사에게 조목조목 질문하곤 하..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11.22
생명에 대한 태도 지난 여름 병원에서 퇴원하실 때만 해도 기억력이 없다며 웃으시던 엄마가 요즈음은 ‘내가 아직 그럴 때는 아니야’라며 자신의 기억력 없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십니다. 자존감이 높으신 엄마는 의지가 강한 분이라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무지하게 노력하고 계십니다. 화장실 물을..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11.07
세탁물에 붙은 휴지조각 엄마와 나의 옷들을 세탁하고 꺼내다가 낭패감이 들어 잠시 머리가 띵했었습니다. 바지 주머니를 점검하고 세탁기를 돌렸어야 했는데 내가 그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통에 넣었던 것입니다. 바지주머니에 화장지를 넣어두시는 엄마의 오래된 습관을 잠시 내가 잊었던 것이니 누..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10.28
입맛 돋우는 약 예전에는... 입맛이 없다고 하시며... 식사량이 줄어들고... 설사가 잦아지면... 엄마가 병원에 입원할 때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전해질과 영양분 부족으로 1년에 한두 번은 병원에 입원하곤 하셨으니까요. 10여년에 걸친 이러한 증상은 의사들도 특별한 원인..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09.07
엄마만의 시간들 날이 너무 더워 땀을 많이 흘렸다고 끈끈해 하시면서 머리라도 감고 싶어 하시는 엄마... 간단하게 샤워를 시켜드렸더니 남은 힘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도 수고했다라는 인사를 잊지 않으십니다. 고상한 인품의 우리 엄마입니다. 내 다리가 부실하다는 핑계로 엄마의 목욕에 관여해 본 ..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08.10
망각에 대한 공포 엄마는 아기 같습니다. 주무시는 시간이 아주 많이 길어졌어요. 식사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잠시 성경 읽는 시간,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줍는 시간,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잠깐의 시간들을 제외하면 거의 주무시는 시간입니다. 방바닥에 떨어져있는 머리카락을 줍다가 지쳐서 다시..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08.04
폭염경보와 점심메뉴 이런 저런 검사로 시달리신 엄마는 낯 설은 병실에서 적응 못하시고 가끔 다른 소리를 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지만 퇴원하신 후에는 거의 제자리로 돌아온 의식상태 노쇠로 인한 몸의 쇠약함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어찌해야 기운을 차리실 수 있을지... 어제에 이어 또 ..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08.02
엄마의 퇴원과 나의 여행유보 병실안의 생소한 환경... 안면 없는 간병인... 혈관주사들 덕분에 터진 피부의 멍들과 함께... 엄마의 기억이 고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피난이라는 공포의 시간과 도봉동교회 목회의 현장에서 맞닥뜨린 고통의 시간이 엄마의 삶에 중심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교회와 교인들.. 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