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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점검(3) - 달라지는 감정

자가점검(3) - 달라지는 감정 근력 감소, 외모의 변화와 결을 같이 하는 노화의 과정에 한몫을 거드는 것은 감정의 변화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 말고도, 기본으로 나를 이끌었던 감정이 변화하고 있다. 전에는 슬픔이 주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간헐적인 슬픔과 기쁨, 서운함과 고마움의 뒤섞인 감정이 주를 이룬다. 전에는 매사에 호기심 천국이었다면 지금은 만사에 무심해져 가는 낙원이다. 변화되고 있는 감정의 선상에서 나와 애착 관계를 이루고 있던 것들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애정을 가졌던 사물들도 그렇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던 희망이나 꿈마저 그렇다. 감정이 이성의 지배하에서 적당히 조절되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  중요했던 감정들이 시시해지고 있고, 시시했던 감정들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 ..

[토픽2수업] 선생님이라는 호칭

선생님이라는 호칭 마지막 자원봉사 기회라 생각하고 시작한 토픽2 시험을 위한 쓰기 수업이 1년 3개월 만에 마무리되었다. 모든  수업은 장애여성학교에서 몇 학기 강의할 때의 교안과 토픽2 쓰기 교재들을 참고해서 만든 커리큘럼으로 진행했고, 5월 마지막 주일 수업을 끝으로 하여 미얀마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리우던 기간이 막을 내렸다. 참 즐겁고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래전 글쓰기 지도자 과정을 수료했지만, 외국인에게 글쓰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연결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웠던 점 중의 하나다.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되풀이하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참 훌륭해 보였고 고마웠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 수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소화불량으로 심각하게 속앓이를 했다. 처음 며칠간은 물조차 넘길 수가 없는 상태였다. 원인을 따져볼 겨를도 없이 그 상황 자체가 덜컹 겁이 나서, 고작 생각해낸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었다. 게을러서인지, 아니면 먼 나라 이야기 같아서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아직 죽음이라는 것이 멀다고 느껴져서인지 지금까지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지난 열흘간 어지럼증으로 인해 일어나지도 못하고, 꿀물과 소금물을 마시며, 꼼짝도 할 수 없이 앓아누웠던 상황이 계기가 되었다. 물론 얼마 전 중환자실로 들어갔다가 회복 과정을 거치고 있는 친구의 상황으로 다시 자극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위기감을 느끼게 된 이유는 고독사의 가능성을 무..

이석증이라기 보다는 기 부족

일주일 내내 어지럼증과 위무력증으로 엄청 고생하다가 오늘 아침에는 정신을 차리고 혈액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토요일 오전 진료는 9시부터라고 해서장조카의 도움을 받아 시간 맞추어 갔는데,일찍 온 사람들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몇 년만에 병원을 방문한 것인가.코로나 백신 맞으러 갔다온 이후 처음 병원행인 것 같다.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 하는 일인지.아니면 이런 것도 감사해야 할 조건인지는 잘 모르겠다. 검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우선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약을 처방받았다. 결국은 영양부족, 혈부족, 기부족이라는 의미인데방법은 잘 먹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잘 먹어야하는 지를 몰라서 못 먹는 것은 아니다.실제로 먹고 싶은 생각이 1도 없고,위가 뭉쳐있는 것 같아서 먹을..

외로운 식탁과 소화불량

외로운 식탁과 소화불량 며칠 전 아침이다.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실눈조차 뜰 수 없을 정도로 천장과 벽면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어지러웠다. 물 한 모금도 삼키기 어려운 어지럼증이 또 시작되었다. 머리맡 어딘가에 있는 핸드폰을 찾아들 기운도 없는 데다가, 머리를 움직이는 것 역시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도 마실 수가 없는데 부를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둘째 날엔, 어지러움이 조금씩 가셔서 꿀물과 소금물 몇 숟가락씩 떠 마셨다. 셋째 날에도, 꿀물과 소금물을 마시고, 영양 시럽을 마셨다. 넷째 날, 여행에서 돌아와 오후 늦게 출근한 동생에게 죽 한 그릇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동생은 ‘배달시켜 먹으면 되지.’라..

자가점검(2) - 달라지는 외모

달라지는 외모 화장실 전등 세 개 중 두 개가 불이 켜지지 않았다. 전등 한 개 나갈 때부터 교체하겠다고 차일 피일 미룬 것이 1년이 다 되었다. 크게 불편하지 않아 그런대로 지내고 있었는데, 얼마전 조카가 와서 전등을 갈아 끼어 주었다. 새 LED 전등으로 교체하니 둥근 달빛 아래 있다가 강열한 태양빛 안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환한 빛 아래서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턱 아래 주름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반백이 되어 있는 머리카락, 이마와 입 주변에 깊게 파인 주름도 자세하게 보였다. 외모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늙어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눈으로 직접 노화를 확인하게 해주는 지표는 거울에 비친 턱주름의 변화뿐만이 아니다. 외..

또 다른 어른 홍세화

로 심금을 울려주었던 홍세화! 그는 노동당 고문이고,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이며, 작가이자 언론인, 장발장 은행장 등 여러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현장에 있었던 사회운동가라는 경력 사항을 남기고 2024년 4월 18일 영면으로 들어갔다. 고 홍세화는, 학창시절 반유신 투쟁에 나섰다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에서 장기간 망명 생활을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출간한 에세이가 다. ‘겸손하고 소박한 자유인’의 삶을 표방한 그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어른이었다. 다른 어른을 찾지 말고 스스로 어른이 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간 진보적 지식인을 기리며...

[국민주권] 세월호 10주년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꽃다운 아이들과 함께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구조에 참여하겠다는 민간어선의 접근을 막고, 해군함의 출정을 반대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미해군함정의 제안을 거부하고, 선장과 그 일행을 구출한 해경은 유리창을 두드리는 아이들을 배 속에 놔두고 떠났다. TV를 떠날 수 없는 우리의 눈 앞에서 사라져간 아이들... .......................................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는 내 나라의 씨스템, 그 구조적 모순에 공포를 느낀다. - 20140416 내 블러그 중에서 - 잊지 않겠습니다. 10년 전 오늘 아침... TV 화면에 비친 세월호 모습... 가라앉고 있는 배 속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아이들 모습... 아이들을 구조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