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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우는 호야

2주 전 아침에 창문을 여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전해졌다. 어디일까 궁금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창가에 있는 호야가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는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다. 향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호야꽃! 지난 2년간 한 해에 잎이 한 장씩만 나오더니 올해는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줄기가 길게 자라나는 줄로 생각하고 무심했었다. 그런데 꽃대였다니! 그 끝에서 조그만 돌기들이 나오더니 드디어 꽃망울이 커지면서 향기를 발했다. 우울한 장마철에 찾아온 뜻밖의 위로였다.  아주 작은 오자미 주머니 같았던 꽃망울이 활짝 열리기까지는 열흘이 걸렸다. 다음의 사진은 2주간의 변화다. 우리 집에 온지 6년 만에 꽃을 피우며 향기를 내놓고 있다. 작은 생명체에서 발하는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가만히 흔들어 ..

공연 - 포스메가남성합창단 제30회 정기연주회

2024.07.17.(수) 대광고등학교 OB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장마철 빗속을 뚫고 서울로 갔다. 올림픽 도로는 언제나 트래픽, 하지만 네비의 안내로 방배동 사잇길을 요리조리 통과하여, 6시쯤 예술의전당 음악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 시킨 후에, 우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한정식 식당 ‘담’을 찾아갔다. 여유 있게 저녁을 먹고, 또 여유 있게 예술의 전당 분위기를 즐겼다. 다행히 비가 멈추고 습기찬 바람이 솔솔 분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적함이다.  불이 켜진 후, 콘써트 홀에 입장하여, 자리를 잡고, 가족과 친지들과 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남성중창단이나 남성합창단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나는, 포스메가남성합창단의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충분히 즐겼다. 특히 오빠가 무대 ..

자가점검(4) - 달라지는 사고방식

자가점검(4) - 달라지는 사고 삶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고 살아가야 하느냐의 질문은 이성이 싹트기 시작할 때부터 이어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질문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이에 따라 변해왔다.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태도 또는 삶을 보는 시선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삶에 대한 근원적인 태도와 방향은 변할 수가 없겠지만 늙어갈수록 삶과 사물을 보는 시각이 변한다. 사고방식의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판단하는 기준, 지향하는 가치마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보다 나 개인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차원으로..

설득(Persuasion) / 캐리 크랙넬 감독

설득(Persuasion)  설득>은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유작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세 번의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1995년 설득>은 로저 미첼이 감독하고, 아만타 루트, 시아란 힌즈가 주연이다. 2007년 제인 오스틴의 설득>의 감독은 애드리언 셔골드, 주연은 샐리 호킨스, 루퍼트 펜리 존스다. 2022년 설득>은 캐리 크랙넬 감독의 데뷔작이며, 다코타 존슨과 코스모 자비스가 출연했다.  '앤은 부유하지 않은 남자를 사랑했지만 주변의 설득에 넘어가 그와의 결혼을 포기한다.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상황이 달라진 프레데릭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되돌린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여성들이 겪는 사랑과..

[세 번째 일본여행(2024)] 후기

2024.06.24. 후기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여행 가방을 정리할 여력이 없어 그냥 놓아두었다가 어제야 비로소 짐을 정리했다.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착한 동생 덕분에 북해도를 다녀왔다는 뿌듯함이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다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선 멀미를 덜 했던 것이 피로도를 낮추는 데 일조한 것 같다.  여행 중 소화 상태는 계속 불량이어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소화제를 계속 복용하며 다녔다. 소화가 안 되거나 먹고 싶지 않을 때는 안 먹으면 되지만 멀미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청 걱정을 하고 갔는데, 다행히 지독한 멀미는 하지 않았다. 빈혈치료제를 복용 중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멀미가 덜한 덕분에 여행이 훨씬 수월했다.  땅이 넓어..

[세 번째 일본여행(2024)] 삿포로

2024.06.20.목 마지막 날 아침. 조식 후 버스에 탑승. 삿포로 시계탑을 향했는데 주차가 어려워 차창관광으로 지나갔다. 삿포로 시계탑은 동력으로 추를 이용하는 기계식 탑시계로 1881년 설치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삿포로 시민들의 휴식처 오오도리공원이다. 우리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공원에 잠깐 내려 사진을 찍었다. 삿포로 TV탑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오도리 공원은 봄에는 라일락 축제, 여름에는 맥주 가든, 특히 겨울에는 눈축제로 절정을 이루는 곳이라고 한다.  깔끔하고 정겨운 공원에서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면세점을 향해 갔다. 옵션이 별로 없는 일본여행에서는 면세점을 활용해서 쇼핑을 하면 된단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그마한 기념품을 사는 대신 값비싼 NMN 36,000이라는 건강보조제를..

[세 번째 일본여행(2024)] 시마무이 해안과 카무이 곶

2024.06.19.수(2) 시마무이 해안과 카무이 곶 점심을 먹고, 샤코탄으로 이동. 버스에서 내려 터널 있는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다. 180cm 높이에다 캄캄해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조심조심 통과해 밖으로 나오니 눈앞에는 샤코탄 불루 오션이 펼쳐졌다. 일본의 100대 비경 중 하나로 꼽힌다는데, 이유는 온통 코발트 블루인 바다 때문이란다. 그냥 블루라는 말로 모자라 ‘샤코탄 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사실 제주도 어딜 가도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실소를 멈출 수가 없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풍경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는 하지만, 일본 특유의 자연 경치가 아니라서 자꾸 우리나라의 절경과 비교하게 된다. 다시 터널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경사로로 내려오느라고 고생을 ..

[세 번째 일본여행(2024)] 오타루

2024.06.19.수(1) 오타루 일찍 일어나 식사와 짐싸기를 마쳤다. 오늘따라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부리다가, 꼴찌로 버스에 탑승. 버스 좌석은 당연히 뒷자리다. 녹음이 우거진 숲과 온천물이 흐르는 계곡에 위치한 죠잔케이 호텔을 떠나 오타루로 이동했다. 오타루는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그곳은 1950년대 이후 항구 시설 발달에 따라 운하 이용이 줄어들어 단계적으로 매립되다가, 운하 보존 운동에 힘입어 방치되던 창고나 건물들이 레스토랑이나 상점으로 재탄생 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우리는 오타루 운하 근처에서 내려 여행사 깃발을 따라 걸었다. 햇볕은 따갑고, 땀은 줄줄 흘렀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긴장하며 걸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첫 번째 모인 장소인 다리는 우리 영화..

[세 번째 일본여행(2024)] 흰수염 폭포

2024.06.18.화(4) 흰수염폭포 푸른 연못에서 버스로 이동해 흰수염폭포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주차장에서 멀지 않아 편하게 걸어 이동했다. 다리 중간쯤으로 걸어가서야 폭포가 보였다. 여행 다니면서 보았던 폭포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가까이서 보는 물색은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흰수염(시라히게)폭포는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수가 마치 하얀 수염과 같다고 하여 시라히게(흰 수염)라는 이름이 붙은 폭포다. 용암층을 따라 내려오는 하얀 폭포수가 수염처럼 갈라져 푸른빛이 감도는 강물과 만나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 틈으로 흘러나오는 지하수가 코발트블루 빛깔의 강과 닿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폭포에서 나와 커피 파는 곳을 발견했다. 한 잔을 사서 한 모금씩 돌아..